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삼성그룹으로부터 미국 소송비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대법원이 징역 17년을 확정하자 정치권은 다시는 전직 대통령이 권력형 비리로 처벌받는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여야는 권력형 비리를 막기 위한 대책에 있어서 시각차를 보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29일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공수처 출범에 협조하라”며 “민주당은 권력의 부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공수처 출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공수처 출범의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의 임기 중이었던 2008년 출범한 비비케이(BBK) 특검을 들었다. 신 대변인은 “비비케이 특검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120억원 횡령’ 정황을 파악하고도 당시 이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특검이 정치적으로 악용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되는 공수처가 있어야 권력형 비리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이번 판결에 대해 말을 아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전북도청에서 가진 정책협의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원의 판결인데 거기에 대해 특별한 생각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에 대해 이르면 연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결정에 대해) 내가 할 말이 뭐가 있겠나. 그쪽에다가 입장을 물어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제왕적 권력을 부여한 현행 대통령제에서 문제 원인을 찾았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되풀이되는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이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준 헌법 체계에서 싹트지 않았는지 깊이 성찰하고 대안을 마련할 때”라고 밝혔다. 배 대변인은 또 “국민이 선출한 국가원수이자 국정 최고책임자가 처벌을 받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불행한 역사”라며 “전직 대통령이 명예롭게 은퇴한 뒤 국정 경험을 후대에 나누며 봉사할 수 있는 그 날을 희망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자로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국가 시스템을 무참히 파멸로 몰고 갔음에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이런 범죄를 저지른 이가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한탄스러울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또 “감옥으로 가는 길에 일말의 반성이라도 하길 바란다”며 “지금이라도 본인의 죄과에 대해 모두 달게 대가를 치르라”고 덧붙였다.
이지혜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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