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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윤석열 잡으려던 특활비 논란의 전말…집행 투명화 계기 될까?

등록 2020-11-12 15:00수정 2020-11-12 17:35

법무부 청사를 나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연합뉴스
법무부 청사를 나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불 지핀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 쌈짓돈 논란이 정부 기관의 ‘눈먼 돈’ 사용 관행 전반에 대한 점검 요구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여권과 추 장관의 공격에서 시작된 이번 소동이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끌어올릴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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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총장 공격’ 위해 시작된 특활비 논란

특활비 논란의 시작은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였다. 당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 특활비가) 총장이 마음먹으면 그냥 집행하고 아무도 의견을 내지 않는 것 아니냐. 대선 후보 총장이 영수증 없이 84억원에 달하는 돈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등에서 야권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윤석열 총장이 나랏돈으로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추 장관도 “총장 주머닛돈처럼 아마 그렇게 (사용되는 것 같다) 사건이 집중된 서울중앙지검에는 최근까지 특활비가 지급된 사실이 없어서 수사팀이 애로를 겪는다는 얘기도 듣는 형편”이라고 답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이후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윤 총장을 공격하기 위해 불투명한 특활비 사용 내역을 소재로 삼은 셈이다. 추 장관 발언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논쟁이 이어지자, 국회 법사위는 즉석에서 피감기관인 법무부·대검찰청의 특활비 사용 내역에 대한 검증을 실시하기로 의결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직원들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직원들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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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역까지 검증까지 했지만 의견 엇갈려

이에 여야 법사위원들은 주말이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찾아 법무부·대검찰청의 특활비 사용 내역을 검증했다. 검증 대상은 2018년~2020년 10월까지 연도별 특수활동비 집행현황, 기관(부서)별 배정현황 등이었다. 그러나 3시간 넘게 진행된 검증 이후 여야는 각각 법무부와 대검의 잘못을 탓하며 정반대 해석을 내놨다. 야당은 ‘법무부의 특활비 자료 제출이 부실했다’고 했고, 여당은 ‘총장의 개인 특활비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없었다’고 밝혔다. 각각 윤 총장과 추 장관을 겨냥한 것이다. 검증을 마친 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가 자료를 제출했는데 추 장관은 올해 특활비를 한 푼도 쓰지 않았다”며 “윤 총장은 (특활비 사용을 알 수 있는) 그런 내역을 제출하지 않아 어떤 검증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법무부의 특활비 사용처를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법무부는 각 국이나 교정본부로 가는 기본 경비를 특활비로 사용했다”며 “수사도 하지 않는 검찰국에 7억5900만원을 지급하는 등 (장관이) 부당하게 실·국 특활비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장관이 ‘지난해보다 배정이 줄었다’고 주장한 서울중앙지검 특활비 문제를 두고도 의견이 나뉘었다. 김도읍 의원은 “남부지검과 동부지검이 늘었고 중앙지검은 현안이 거의 없어서 전년 대비 줄었다”는 조남관 대검 차장의 설명을 소개한 뒤 “서울중앙지검은 검찰 특활비 전체 가운데 16% 예산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추 장관의 발언을 거짓이라고 논박한 것이다. 반면 백혜련 의원은 “서울중앙지검에 지급된 특활비 자체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대검이 정기적으로 내려보낸 특활비 내역만 공개해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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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로 튄 특활비 불똥…전 정부 기관 확산?

이 과정에 특활비 논란의 불똥이 법무부 쪽으로도 튀었다. 야권에서는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 수집 및 범죄 사건 수사’에 쓰여야 하는데 인사‧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에 10억여원의 특활비가 지급됐다”며 “‘정보 수집 및 범죄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장관이 주머닛돈처럼 썼다면 횡령, 국고손실 등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반면 법무부 쪽에서는 “추 장관 개인이 특활비를 사용한 사실은 없다”며 “출입국관리본부 등 집행 부서가 있기 때문에 특활비 활용에도 근거가 있다”고 맞섰다.

야권은 이번 기회에 정부 전반의 특활비 사용 관행을 살피는 계기로 삼자고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무부를 넘어 전체 정부 기관의 특활비 사용 내역을 점검하자”며 국정조사 또는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2021년 예산안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법무부를 비롯한 부처 전반의 특활비 예산을 두고 여야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 제공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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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목적’ 한정된 특활비…예산 배정은 감소 추세

문제의 특활비는 기밀유지가 필요한 정보, 수사, 외교, 안보, 경호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특수 목적’의 경비를 뜻한다. 사용내역을 노출할 경우 정보원 등이 공개될 수 있는 특수 목적에 한정해 현금을 지출할 수 있는 예산이다. 현금 지출을 위한 증빙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특활비 집행의 불투명성은 해묵은 논쟁거리였다.

실제 이런 불투명성이 대규모 비리 사건으로 이어진 일도 많았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특활비 12억5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예산 증액 등을 약속한 뒤 국가정보원 쪽으로부터 특활비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경환 전 자유한국당 의원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의 재상고심을 기다리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혐의 가운데도 국정원장 3명으로부터 35억원의 특활비를 상납받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예산 배정 목적에 맞지 않게 전용될 수 있는 ‘눈먼 돈’의 위험성이 이미 수차례 문제를 일으켜 온 셈이다. 이에 예산 당국은 해마다 특활비 예산 배정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대신 지출 증빙이 보다 깐깐한 업무추진비 등을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실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93억원에 달했던 검찰 특활비 규모는 2018년 154억원, 2019년 124억원, 2020년 100억원 등으로 3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2021년 예산안에 잡혀 있는 특활비 규모도 84억원으로 16% 순감된 규모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을 지내며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지난 5월1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을 지내며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지난 5월1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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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특활비 투명화엔 공감…순서엔 이견

이번 논란을 계기로 특활비 집행의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데는 여야 모두 별다른 이견이 없다. 다만 그 순서에는 조금 차이가 있어 보인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문화방송>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특활비를 누가 쓰나? 대통령과 대통령이 지명한 14개 부처에서 쓰는 것”이라며 “마치 윤 총장만 그런 것처럼 했는데 이번 기회에 더 소상히 알게 됐다. 법무부 검찰국에서 받아서 매년 10억씩 쓴 특활비 가운데 자기(추 장관)가 쓰는 특활비가 없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특활비는 개혁해야 하고 공정해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게 국회 임무”라며 “특히 너무 특정 개인에게 특활비 재량이 많이 주어져 있는 건 어떻게든지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이번 기회에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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