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 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무제한 토론을 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저녁 두 번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도 ‘거여의 힘’으로 강제 종료시켰다.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위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 표결은 지난 13일과 견주면 훨씬 수월했다. 앞서 지난 13일 민주당이 ‘자매정당’인 열린민주당과 탈당 무소속 의원 등의 도움을 받아 종결동의 안건 가결에 필요한 180표를 간신히 확보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찬성 187표, 기권 1표로 손쉽게 무제한 토론을 종결시켰다. 정의당이 하루 전 입장에서 선회해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 표결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국회법은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무제한 토론을 강제 종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의 마지막 발언권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전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시작하자 8시50분께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안을 국회 의사과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두 번째 필리버스터는 24시간이 지난 이날 저녁 8시50분께 표결을 통해 종료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오후 3시50분께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찬성 토론자로 나선 뒤 남은 발언자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뿐이었다. 무제한 토론을 신청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미를 장식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 의원이 5시간33분 동안 발언대를 차지해 예정된 24시간이 지나면서 피날레도 여당 의원의 몫으로 돌아갔다. 여야 원내 지도부의 합의로 주 원내대표는 30분의 추가 발언 시간을 얻었다.
30분 추가 시간을 통해 ‘2020 필리버스터’의 마침표를 찍게 된 주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말씀드린다. 여러분은 역사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시킨 세력, 법치주의를 파괴한 세력으로 기록될 것이다. 민심은 눈과 같아서 한없이 가벼워 보이지만, 차곡차곡 쌓여 나뭇가지를 부러뜨린다. 민심을 두려워해야 한다”며 정부·여당의 일방 독주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을 끝으로 밤 10시3분께 ‘남북관계발전법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의 건’이 가결됐다. 국회는 무제한 토론 종료 직후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내용의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재석 187석 가운데 찬성 187표였다. 개정안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행위,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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