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5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압박했고, 당 ‘탄핵거래 진상조사단’은 대법원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전날 여당이 주도한 ‘임성근 판사 탄핵안 가결’에 맞서, 김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 논란’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읽히지만,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고심하던 ‘탄핵안 카드’도 일단 접었다.
4선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이른 아침 대법원 정문 앞에서 “민주당과 탄핵을 거래한 대법원장 김명수는 사퇴하라”라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에 돌입했다. 김 의원은 전날 국민의힘 탄핵거래 진상조사단장으로 임명됐다.
김 의원과 탄핵거래 진상조사단원들은 대법원장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고 한다. 김도읍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대법원장은 자격이 없기 때문에 용단을 내려달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요구했다”며 “물러나는 게 법원 구성원에 대한 예의이자 그나마 신뢰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지만 (김 대법원장은)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듯 대답했다”고 말했다. 유상범 의원도 “김 대법원장이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말하더라”고 전했다.
설 연휴가 다가오는 다음 주부터는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대법원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에 돌입할 방침이다. 만지작거리던 탄핵안은 발의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러 달 전부터 김 대법원장의 탄핵안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번 임 판사 탄핵에 이어서 내는 것은 의미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 민주당이 탄핵을 막을 것이 당연한 점, (탄핵안이 부결되면) 자칫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히 고민해보겠다”며 “국민적 여론 등을 볼 때 김 대법원장이 자리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거듭 김 대법원장을 압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 제105조1항에는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돼 있다. 1993년 이후 임기를 채우지 않은 대법원장은 없었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제16대 대법원장으로 임명됐고, 2023년 9월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다. 후임 대법원장의 임명권은 차기 대통령이 갖게 된다.
이 때문에 ‘자진 사퇴’가 국민의힘에게는 장기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임 대법원장을 차기 대통령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는 야당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성토도 하고 농성도 하고 시위도 하지만 그간 여당이 보여줬던 선례를 볼 때 실제로 물러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김 대법원장보다 더한 사람이 온다고 하면 우리한테는 불리한 게 사실이다. 그런 상황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혜 대변인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퇴하면 문 대통령이 후임을 임명하게 되지 않으냐’는 물음에 “(대법원장 사퇴는) 여당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우리 당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서 생각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대법원장으로서 본인의 소명의식이 있다면 저희가 요구하기 전에 (사퇴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자해지는 김 대법원장한테 돌아가야 할 말”이라고 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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