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입법부의 로비스트”라고 비판하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법관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듯한 메시지도 내놓았다.
“민주화 이후 가장 무능하고 비양심적인 대법원장”
김 위원장은 8일 밤 페이스북에 ‘김명수 대법원장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1987년 민주화 이후로 이토록 무능하고 비양심적인 대법원장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김 대법원장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법원장은 입법부의 로비스트가 되어 이른바 ‘탄핵 거래’를 하고, 국민에게 수차례 거짓말을 일삼고, 그것이 들통났는데도 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한다. 법률과 양심 앞에 오직 진실만을 중언토록 해야 할 법관의 자격조차 상실한 태도”라며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고개를 든 채 오직 자기 자리를 보전할 생각만 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자신의 할아버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일화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이 피땀으로 이루고 역사를 통해 지켜낸 사법부의 독립이 오늘과 같이 처참하게 농락당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승만 정부 시절에도 대법원장은 대통령을 향해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라고 사법부 수장다운 강기를 보였다”고 썼다.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란 말은 1956년 이승만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우리나라 법관들은 세계의 유례가 없는 권리를 행사한다”며 사법부를 비판하자, 김병로 대법원장이 했다는 말로 알려져 있다.
법관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듯한 내용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사법부 스스로 대법원장의 거취를 따져 묻고 작금에 무너진 자존과 권위를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믿는다. 국민이 사법부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판사들이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는 듯한 뉘앙스다. ‘사법파동’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당내에선 김 대법원장을 향한 거친 공세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국민의힘이 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도 의석수가 가결정족수(국회 재적의원 과반 이상)보다 크게 모자라 부결될 것이 뻔하고, 탄핵안이 부결되면 결국 김 대법원장에게 면죄부만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김 대법원장이 사퇴해도 새로운 대법원장을 임명할 권한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어지다 보니 정치적으로 불리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9일 사흘째 대법원 앞에서 김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이날은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김명수 사퇴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김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버티면 버틸수록 김 대법원장이 정권 권력과 어떤 추한 거래를 했는지 하나하나 다 벗겨낼 수밖에 없다”며 “김 대법원장이 있는 한 권력과 관계있는 재판에 관해서 국민은 전혀 신뢰할 수가 없다. 사법신뢰 붕괴는 곧 사법부의 붕괴”라고 경고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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