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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한나라당의 영화감상법 “그때그때 달라요”

등록 2006-01-27 11:43수정 2006-01-27 15:51

한나라당이 당부에 내보낸  패러디물. 노무현 대통령군은 연산군으로 장생은 이상수 노동부 장관 내정자, 공길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내정자로 묘사했다. 한나라당은 “개각을 빗댄 정치풍자”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당부에 내보낸 패러디물. 노무현 대통령군은 연산군으로 장생은 이상수 노동부 장관 내정자, 공길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내정자로 묘사했다. 한나라당은 “개각을 빗댄 정치풍자”라고 주장했다.
‘두사부일체’ ‘공공의적’ 등 ‘사학 공격용’ 비판하다 ‘왕의남자’에 ‘반색’
“질이 낮은 정치인들 입에서 단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도 그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수치이고 부끄럽다. 예.술.모.독.”(전여옥 의원 홈페이지 ‘왕의남자본사람’)

한나라당이 만든 <왕의 남자> 패러디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영화의 등장인물 가운데 한명인 연산군에 빗댄 패러디를 당보에 실어 ‘1·2 개각’을 비판했다. 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는 연산군과 두 광대인 장생과 공길의 얼굴은 각각 노 대통령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이상수 노동부장관 내정자로 바뀌어 있다. 포스터 속 부제 역시 ‘대한민국 최악의 개각 광대극’이라고 바꿔 개각을 비꼬았다.

열린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은 “두 달째 국회를 공전시키고 밖에서 하는 행동이 겨우 이 정도라니 한심하다”며 “한 곳에 숨어서 악플 달고, 남이 잘되는 꼴이 보기 싫어 방화하는 정신병력자처럼 그렇게 행동하지 말라”고 맹비난했다. 누리꾼들도 “유치한 발상”이라며 “영화에 대한 모독”이라고 성토했다. 또 “노 대통령을 연산군과 같은 폭군에 비유한 것은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라며 “연산군과 같은 폭군은 오히려 전두환, 노태우, 유신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영화 패러디가 누리꾼들의 보편적인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편의 영화 패러디를 놓고 한나라당에 격렬한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근혜패러디’는 정치공작·모독, ‘왕남 패러디’는 풍자”

2004년 7월 청와대 홈페이지 초기화면 열린마당에 올라온 ‘박근혜 패러디’. 한나라당은 “박 대표를 흠집내려는 의도나 고의가 담긴 정치공작이자 여성에 대한 모독”이라며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2004년 7월 청와대 홈페이지 초기화면 열린마당에 올라온 ‘박근혜 패러디’. 한나라당은 “박 대표를 흠집내려는 의도나 고의가 담긴 정치공작이자 여성에 대한 모독”이라며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영화 패러디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이중적인 태도가 우선 도마에 오른다. 2004년 7월 청와대 홈페이지 초기화면 열린마당에 영화 <해피엔드> 포스터 패러디가 올라왔다. ‘조선·동아의 말바꾸기’란 제목의 패러디는 영화의 베드신 장면에 나온 여배우(전도연) 사진에 박 대표 얼굴을 합성하고, 남자 배우(최민식)의 눈에는 ‘조선·동아’를 붙여놓았다.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베드신 장면이 문제가 되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박 대표를 흠집내려는 의도나 고의가 담긴 정치공작이자 여성에 대한 모독”이라며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박 대표도 “보통의 경우라도 그렇게 하면 안되는 데 청와대가 그 정도 수준 밖에 안되느냐”며 “말이 안되는 한심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청와대는 패러디 사건의 책임을 물어 안영배 국정홍보비서관과 행정요원 김아무개씨 등 2명을 직위해제하는 등 중징계를 내려 사건이 무마되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왕의 남자> 패러디는 ‘정치풍자’라고 주장한다. 이계진 대변인은 26일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박 대표는 여자인데 침실에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은 왕의 남자 패러디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왕의 남자 패러디는 이번 개각이 잘못됐다는 풍자를 한 것으로 박 대표를 공격하려는 ‘베드신 패러디'와 다르다”고 말했다.

똑같은 패러디를 놓고 박근혜 패러디는 정치공작이고 모독이라고 주장하면서 왕의 남자 패러디는 정치풍자라고 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중잣대’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한나라당 게시판에서 ‘kiwirose976’는 “박근혜 패러디를 놓고는 난리법석을 떨더니 자기들도 대통령을 모욕하는 패러디를 했다”며 “제발 남을 비판할 때 먼저 자신의 허물을 살펴보라”고 말했다.

전여옥 의원 영화평 “왕의 남자, 유시민은 너무 했다?”
“재밌게 본 영화 정치적 목적으로 더럽힌다” 맹비난

<왕의 남자> 패러디에 앞서 전여옥 의원은 노 대통령을 연산군에 비유하고,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를 공길에 비유한 바 있다.

전여옥 의원은 24일 자신의 홈페이지(www.oktalktalk.com)에 “왕의 남자, 유시민은 너무 했다???”는 글을 올렸다. 전 의원은 “어떤 영화가 ‘정점을 넘어서며 신드롬이 되는 이유’는 시대상황과 절묘한 오버랩인 경우가 많다”며 “세상에 대해 한을 품고 있는 연산의 캐릭터는 노무현 대통령을 통해 지난 3년여 동안 수도 없이 확인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항간에는 ‘왕의 남자'가 유시민 의원이라는 말이 떠도는데 이준기 팬들이 ‘유시민은 너무 했다’고 한다”고 조롱했다.

누리꾼들은 전 의원 영화비평에 주렁주렁 댓글을 달았다. “재미있게 봤던 영화가 괜히 정치적 목적으로 더럽혀지는 것 같아 심히 불쾌하다.”(영화를모욕하시는거죠) “영화를 많이 보는 이유가 정권때문이라굽쇼? 참! 어이가 없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의도까지 불순하게 만드는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이 시대의 모자란 사람이군요!”(영화광)

“연산군은 폭정으로 나라를 다스려 후대에 왕이라는 호칭도 얻지 못한 사람인데 노대통령이 폭정으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하는 몇 가지 일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어떻게 그렇게 비유할 수 있느냐”(willness)

<왕의 남자>는 개봉 5주차 40%가 넘는 예매율을 유지하고 있고, 26일 700만 관객을 넘겨 설 연휴 때 8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영화전문사이트인 맥스무비가 누리꾼들을 상대로 한 ‘최고 영화상’ 조사에서 감독상, 조연 배우상, 예고편상 등을 휩쓸었다. 이 조사에는 누리꾼 21만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누리꾼들은 예술작품을 정치적 공세에 이용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전여옥 “<두사부일체>, <공공의적>으로 사학법 개정 성공”
누리꾼 “문화를 정치의 도구로 전락시켜 모독하지 말라”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지난 14일 대구 남부교회에서 열린 ‘미래포럼 시국 대토론회’에서 “노무현 정권은 〈두사부일체〉 〈공공의 적〉등 문화를 이용해 사학법 개정에 성공했다”고 발언했다. 투사부일체 포스터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지난 14일 대구 남부교회에서 열린 ‘미래포럼 시국 대토론회’에서 “노무현 정권은 〈두사부일체〉 〈공공의 적〉등 문화를 이용해 사학법 개정에 성공했다”고 발언했다. 투사부일체 포스터
영화와 영화인을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시각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전 의원은 지난 14일 대구 남부교회에서 열린 ‘미래포럼 시국 대토론회’에서 “노무현정권은 〈두사부일체〉 〈공공의 적〉등 문화를 이용해 사학법 개정에 성공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노무현 정권이 영화판을 배후조정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적 해석’이다.

전 의원은 24일 웹진 <프리존>과 인터뷰에서도 “<두사부일체>와 <공공의적2> 같은 영화에서 ‘사학=비리’ 라고 낙인을 찍고 희화화시켰는데 이런 부분이 일방적인 사학법 개정까지 일조를 했을 것”이라며 “이념과 체제를 넘나들어서 남북이 만나자는 내용의 영화들이나 노골적으로 과거사를 희화하는 영화 등 특정 이념과 목적성을 갖고 만든 영화도 많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나아가 “영화가 좌파진영의 힘의 원천”이라며 색깔론을 덧씌웠다. “노무현 정권이 영화계에 돈을 대주고 제작에 관여했다기 보다는 2000년대 들어서 영화를 비롯한 각종 문화운동이 좌파들의 힘의 원천이 됐다. 영화계가 그들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가운데 진보라는 개념의 차용 속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크게 냈다고 봐야 한다. 문성근·명계남씨는 문화권력을 이용해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발언을 노골적으로 하지 않았느냐”

영화인들이 민주화된 이후 과거 기득권 세력의 부정과 부패를 풍자하는 것을 영화의 주요한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나라당이 과거 한국사회의 주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한나라당과 불화하는 이유다. 그러나 예술작품인 영화에 대해 지나친 정치적 해석으로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문화에 대한 모독”이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열린우리당 유은혜 부대변인은 “문화를 정치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정쟁의 관점으로만 해석하는 영화와 현실에 대한 몰지각한 발언은 대중문화에 대한 분명한 모독”이라며 “편협한 정치적 상상력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영화를 모독하지 마라”고 비판했다.

‘그때 그사람들’, ‘효자동 이발사’, ‘보스상륙작전’
맘에 안들면 “상영 안돼” 표현·창작의 자유 ‘모독’

지난해 1월 10·26을 다룬 영화 은 개봉을 앞두고 한나라당 안팎에선 "박 대표 흠집내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홍보 스틸 사진. 출처 ‘그때 그사람들‘ 홈페이지(www.people2005.co.kr)
지난해 1월 10·26을 다룬 영화 은 개봉을 앞두고 한나라당 안팎에선 "박 대표 흠집내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홍보 스틸 사진. 출처 ‘그때 그사람들‘ 홈페이지(www.people2005.co.kr)
한나라당은 10·26를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의 개봉을 놓고도 제작진과 정면충돌했다. 지난해 1월 박지만씨는 <그 때 그 사람(들)>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한나라당 안팎에선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 대표의 가족사를 끄집어내 정치적으로 흠집내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이재오 의원은 “지나간 시대를 영화에서 조명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칫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갖고 영화를 만들어선 안될 것”이라며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영화는 하나의 선전물이 될 수밖에 없고 예술적 가치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2004년에는 청와대 이발사의 이야기를 풍자적으로 다룬 영화 <효자동 이발사>도 박 전 대통령을 왜곡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효자동 이발사>가 한창 상영하던 2004년 5월 박근혜 대표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앞에서 “효자동 이발사가 박 전 대통령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유인물을 돌렸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2년 대선기간에도 영화 〈보스상륙작전〉이 정치권 비리와 병역문제 등을 소재로 삼아 한나라당을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화 원작자 김대웅씨 "작품의 내적 완결성 무시...기분 상한다"

한편,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를 쓴 김태웅(극단 우인 대표)씨는 정치권의 패러디와 관련해 “영화가 자꾸 다른 쪽으로 이용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좀 상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씨는 27일 PBC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이 작품이 대중의 생활에까지 깊숙이, 또 정치 문화에까지 끼어들어 대화의 대상이 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작품이 가진 내적 완결성이 있는데 자꾸 다른 쪽으로 이용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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