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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성추행 사건 유족 “회유 가담자도 1년간 수차례 강제추행”

등록 2021-06-07 14:38수정 2021-06-07 21:07

유족 변호인 라디오 인터뷰
“군인인 피해자 남편도 회유 시도”
“‘상담 0건’ 국선변호인도 추가 고소”
4일 오후 충남 계룡대 정문 모습. 연합뉴스
4일 오후 충남 계룡대 정문 모습. 연합뉴스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이아무개 공군 중사가 1년여에 걸쳐 여러 차례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유족 측이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유족 변호를 맡은 김정환 변호사는 7일 <와이티엔>(YTN)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사건 회유에 가담한 인원들부터 시작해서 한 1년여에 걸쳐서 여러 번 강제추행이 있었고, 피해자가 그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걸 보고 그걸 답습해서 추행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사건이라고 생각된다. 심각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과거 최소 두 차례 성추행 피해를 더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3일 20 비행단 소속 상사·준위 등 3명을 추가 고소했다. 김 변호사는 다만 “아직 조사를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사에 지장이 생길 수 있어서 자세하게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김 변호사는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군인인 피해자의 남편에게 회유와 압박을 한 정황도 전했다. 그는 “저희가 (3월) 신고를 공식적으로 하고 나서도 2주 이상 지난 시점에 사건 피의자 중 한 명이 남편에게 찾아와서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고소를 취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안 되겠냐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관 중 한 명이) 남편에게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면서 용서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서, 그 이후에 유가족들이 그걸 알게 돼서 남편에게 얘기해서 그것을 항의하도록 한 부분 등 객관적인 자료가 증거로 남아 있다”며 “‘가해자가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가해자의 인생이 불쌍하지 않으냐’는 종류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여러 2차 가해가 발생했는데, 지금 이 사건 같은 경우 아주 죄질이 안 좋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사건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데에는 이러한 2차 가해가 큰 원인이 되었을 거라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중사 유족은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지 못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이 변호사는 “유족들 입장에서는 국선변호인이 피해자와 관련한 여러 가지 조력을 정상적으로 했었다면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시고 계신다”며 “법률검토를 했을 때 충분히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저희가 추가 고소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군은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정식 신고한 지 엿새 만인 지난 3월9일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 군 법무관을 국선변호사로 지정했으나, 이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 단 한 차례도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몇 차례 전화 통화 및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게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군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업무 매뉴얼’. 이채익 의원실 제공
국방부의 ‘군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업무 매뉴얼’. 이채익 의원실 제공
공군이 이 중사 사건에서 ‘여성 피해자는 여성 국선변호사를 우선 배정한다’는 국방부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도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군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업무 매뉴얼’을 보면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에는 사건 처리 관계자(수사관·군검사·국선변호사)를 여성으로 우선 배정한다”고 돼 있다. 또 여성 국선변호사가 없는 경우에는 “군내 성범죄 피해자는 군 범죄피해자 국선변호사 예산을 활용해 민간 변호사를 국선변호사로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공군은 이 중사와 가족에게 ‘여성 변호인 우선배정’, ‘민간변호사 지원 제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중사에게 국선 변호인으로 선임할 당시, 공군에는 국선 변호를 맡을 여성 법무관이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군 측은 “현재 2명의 남성 법무관이 번갈아 가면서 국선 변호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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