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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피해자-가해자 분리’ 거짓이었다…“이 중사 부대 머물게 해”

등록 2021-06-09 11:02수정 2021-06-10 02:45

유족 “대대장과 준위가 부대 머무르는 게 좋겠다고 권유”
부대 쪽 “사단장까지 알 필요 없는 일” 은폐 시도까지
공군, 수사중인 사안 이유로 국회 요구자료 제출 미흡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 이아무개 중사의 분향소에서 조문객이 지난 6일 조문하고 있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뒤 두 달여 만인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 이아무개 중사의 분향소에서 조문객이 지난 6일 조문하고 있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뒤 두 달여 만인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사관에게 사실상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조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9일 “공군이 부사관 중사에 대해 사건 발생 직후 청원휴가로 피‧가해자 분리조치를 취했다고 했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대장 및 노아무개 준위의 조직적인 사건 은폐‧무마 시도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중사의 부모는 성추행 신고 다음 날인 3월 4일 부대 인근에서 대대장과 노아무개 준위를 만났으나, 대대장은 “앞으로 조사 및 피해상담, 국선변호인의 조력도 받아야 하니 (이 중사가) 부대에 머무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권유했다. 부모님은 철저한 수사와 피해자 보호를 약속하는 대대장을 믿고 이 중사를 부대에 뒀다.

공군 쪽은 이 의원실에 성추행 신고 다음 날인 3월 4일부터 5월 2일까지 두 달 동안 청원휴가로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를 즉각 조처했다고 밝혔으나, 유족의 말대로라면 거짓 해명을 해온 셈이다. 공군 쪽은 가해자인 장아무개 중사를 3월 17일 김해 5비행단으로 파견 이동시켰고, 피해자인 이 중사는 청원휴가 두 달 뒤 2주 자가격리를 마치고 5월 18일 성남 15비행단으로 전속 이동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 쪽은 사실 관계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유족 쪽은 “청원휴가를 받은 두 달 중 고인이 집에 온 건 10여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군이 분리 조처를 제대로 했다고 밝혔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고인은 사실상 부대 내 머무르며 은폐 및 무마, 회유 등 2차 가해에 방치된 상황이었다”고 전한다. 나아가 대대장과 노 준위는 이 중사 부모님에게 “이런 일은 사단장까지 알 필요가 없는 사항”이라며 부대 쪽의 은폐 사실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민간 변호사 선임을 계획했던 유족에게 “가해자가 혐의를 시인했고 증거도 있어 처벌이 확신되니 지금부터 (민간 변호사를) 쓸 필요 없다”며 “국선변호인을 선임했다가 향후 검찰 송치 또는 재판 단계에서 민간으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군본부 검찰부에서 선임해준 국선변호사는 면담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변호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노 준위는 군사경찰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 중사는 사건 다음날 노아무개 상사에게 신고했고, 노 상사는 레이더 반장인 노 준위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노 준위는 대대장에게 피해 사실을 바로 알리지 않았다. 노 준위는 숙소에 있던 이 중사를 불러내 “살다 보면 많이 겪는 일”이라며 사건을 무마하려다 이 중사가 강력히 항의하자, 이날 오후 9시 50분쯤 대대장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군사경찰은 노 준위의 늑장 보고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별도 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이 의원은 “부대 측은 사건 초기 단계부터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는 사건을 축소하는 데 집중했다”고 짚었다. 군이 부대출입 기록 등 국회가 요구한 자료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이 의원은 “국방부가 국회를 비롯한 유가족 측에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 또한 또 다른 은폐 행위와 다름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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