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혜(왼쪽부터)·추경호 국민의힘 의원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10일 국회 의안과에 ‘공군 부사관 성폭력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 및 특검법안’을 공동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이 공군 부사관 성폭력 사망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특검 수사와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여당은 국방부의 수사 결과를 일단 지켜보자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힘·정의당·국민의당·기본소득당은 10일 소속 의원 112명 공동 발의로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야당의 특검 요구는 군 내부에서 불거진 사건 은폐·축소·무마 의혹을 철저하게 파헤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성추행 사건은 올해 3월2일 발생했고 4월7일 공군 군사경찰이 가해자 기소 의견을 올렸지만 공군 20전투비행단 검찰단은 가해자를 소환조사하지도 않고 사건을 뭉갰다. 일주일 뒤인 4월14일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에게도 사건이 보고됐지만 이 총장도 별도의 수사 지시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건 무마 압력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5월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공군은 5월24일 국방부에 ‘단순 사망’으로 보고했다가 이튿날 이 총장이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유선으로 성추행 사망 사건임을 뒤늦게 보고했다. 공군이 사건을 뭉개고 결국 피해자의 죽음으로 이어진 상황이었지만 서 장관은 다시 공군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사건 은폐 의혹의 주체인 공군에 수사를 지시한 서 장관의 책임론도 나오는 대목이다. 국방부 장관, 공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가 연루된 광범위한 사건 은폐 의혹을 국방부 검찰단이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을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야 3당은 이날 특검 임명법안을 제출하며 “군검찰이 독립적이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원인까지 해결할 수 있는지 많은 국민이 의구심을 품고 있다”며 “민간에서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선 특검을 통한 수사와 진상규명이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야 4당은 또 △피해자가 사건 당일 회식에 참석하게 된 경위 △피해자 조처 사항 △국선변호인 선정 경위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조처하지 않은 이유 등을 국정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우선 지켜보고 판단하자는 입장이다. 국회 국방위원장으로 ‘군 성범죄 근절 및 피해자 보호 혁신 티에프(TF)’ 단장을 맡고 있는 민홍철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재 국방부가 조사를 하고 있는데,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며 “미흡하다면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일단 수사가 먼저”라고 말했다. 여권 안에서는 특검 도입 과정이 정치적 공방으로 흘러 진상규명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 쪽은 피해자 유족들도 특검 수사를 원치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신뢰하고 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 건 맞지만 죽어서도 내 딸은 군인이다. 특검보다 군에서 일을 처리하고 싶다”는 게 유족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다만, 국방부 차원의 진상 규명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국정조사 가능성은 열려있다. 국회 국방위 여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지난 9일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추후 국민에 대한 보고가 부실하다고 판단되면 국정조사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배지현 심우삼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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