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해군 성폭력 피해 여중사 사망 사건을 보고 받고, 공군에 이어 유사한 사고가 거듭된 것에 대해 격노했다고 청와대가 13일 밝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유가족들에게 어떻게 위로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한 치의 의혹이 없도록 국방부는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날 같은 부대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해군 ㄱ중사(여·32)가 부대 숙소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군내 성폭력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공군에서 성폭력 피해 사건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이같은 사건이 재차 벌어진 것에 대한 ‘충격’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9일 전인 이달 4일 열린 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서욱 국방장관으로부터 “성폭력 전담조직을 강화해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방지하는 한편, 성범죄 피해자 보호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보고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공군 성폭력 사건은 사전에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허위 보고와 은폐, 부실 보고 등 사후 대응도 문제가 많았다. 더욱 강도 높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여 근원적으로 문제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으라”고 재차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공군 여중사 사망 사건 때는 공군 참모총장이 교체되는 선에서 끝났지만,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지시가 현장에 닿지 못하는 문제도 확인되는 등 서욱 국방장관과 군 지휘부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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