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도 강화 `도로 민주당' 절대 안된다" 의미
"정계개편 논의할 때 아니다..남북문제 집중해야"
"정계개편 논의할 때 아니다..남북문제 집중해야"
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 과정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생각, 이른바 `노심(盧心)'의 향배는 절대 상수다.
당내 친노세력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가 수석당원이어서도 아니다. 열린우리당의 성격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누가 뭐래도 노무현 대통령의 당이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 취임 이후 그의 정치개혁 노선에 찬성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창당됐고, 이를 구현하는데 앞장서 온 정당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정분리'로 인해 과거 정권 때와는 달리, 당과 청와대의 이원화가 두드러졌던 것이 사실이고,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그에 동반한 당 지지율의 속락으로 인해 당내 반노 분위기가 급증하고 있지만 여당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거기에서 차지하는 노 대통령의 입지는 간단치 않은 게 사실이다.
많은 여당 의원들이 당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하면서도 노 대통령의 생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최근 노 대통령은 자신과 가까운 한 의원을 청와대로 불렀다. 10.25 재.보선 직후였다. 그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작은 꾀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1천만 명을 어떻게 작은 꾀로 움직일 수 있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어려울 때 일수록 원칙을 지키며 나가야 한다"는 의례적인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당내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민주당과의 통합론, 이른바 통합신당론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5.31 지방선거 직전 `범여권 통합파'인 염동연(廉東淵) 당시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을 불렀을 때도 노 대통령은 "나는 민주당과의 통합에 절대 동의할 수도 없고 동의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광재(李光宰) 의원은 "노 대통령은 `도로 민주당'이 돼선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외부선장론'을 언급할 정도로 노 대통령은 현재의 열린우리당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틀림 없다"면서 "그러나 국민들에게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좌표도 내놓지 못한 채 정당간의 이합집산을 꾀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라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노심'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의원은 "지금은 정치세력의 연합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하는지를 고민할 단계"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노 대통령은 또 현 정당의 이념적 대치국면에 대해 "이념 과잉상태"라고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다.
변모해야 할 열린우리당의 모습으로 노 대통령은 "외부 수혈을 통해서라도 당을 실용적이고 실질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당은 노선과 자기 보이스(목소리)를 가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북핵 사태이후) 남북문제가 엄중하다"면서 "정치권이 정계개편 보다는 남북문제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나라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언급과 측근 인사들의 해석을 종합해 보면 노 대통령은 현재의 열린우리당이 자기반성과 외부수혈 등을 통해 `환골탈태'의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의 당 해체논의나 통합신당론에는 분명한 반대 입장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른바 `당 사수론'과 같은 맥락이다.
친노측은 전당대회에서 당의 향후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자신들의 논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세력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친노그룹으로 분류되는 `참정연'이 내달 11일 워크숍을 하는 자리에 최근 노 대통령의 정무특보로 임명된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가 강사로 참석하는 것도 친노의 세확장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또한 친노 핵심인사들의 최근 노사모 재건 움직임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친노측에서는 천정배(千正培) 전 법무장관의 `통합신당' 주장 기자회견과 김한길 원내대표의 `노대통령은 안보.경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발언들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친노 핵심 의원은 "대선에서 이해가 달려 있는 사람들은 일단 `불출마' 선언을 한 뒤에 그런 얘기를 해야 할 것"이라면서 "질서있는 논의를 위해 초선들도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 터에 중진이라는 사람들이 당을 더 혼란스럽게 몰아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계개편의 닻을 올린 여당에 노 대통령의 `당 사수' 입장이 점차 분명하게 전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원들의 고심도 더 깊어질 것 같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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