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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참모’는 간데없고 ‘비서’만 나부껴

등록 2007-01-18 18:45

고립된 섬 ‘그들만의 청와대’ 왜?
‘전사적 소명’ 집단 최면
노대통령 즉흥성 못말려
여과장치 있으나 마나

청와대에서는 매일 아침 8시 일일 상황점검회의가 열린다. 이병완 비서실장, 수석 비서관들, 그리고 정태호 정무비서관(정무팀장), 이호철 국정상황실장 등이 참석한다. 30분 동안 그날의 현안과 언론보도를 점검하고 토론한다.

이들 중 몇 사람이 8시30분 노무현 대통령의 관저로 올라간다. 관저회의 참석자들은 사안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관저에서는 노 대통령을 중심으로 토론이 벌어진다. 이 회의를 마친 뒤, 노 대통령은 9시에 본관으로 출근한다.

노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 통로는 제1부속실이다. 현안에 대해, 노 대통령이 지시한 ‘핵심 포인트’가 부속실을 통해 해당 수석실로 내려간다. 다시 올라오는 자료는 윤태영 연설기획비서관이 최종 정리를 한다. 현안 대처와 메시지 전달 시스템을 그런 대로 갖추고 있는 셈이다. 지난 16일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기사) 담합을 한다”는 취지의 발언은 일종의 ‘사고’였다. 전날 귀국한 노 대통령은 그날 아침 관저회의를 하지 않았다. 여과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하긴 관저회의를 했어도 ‘사고’는 났을 것이다. 지금 청와대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문제가 더 크다.

노 대통령 주위엔 ‘예스맨’들만 있는 것일까. 청와대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하면 강한 반박이 돌아온다. 정무분야의 한 비서관은 “그건 아닌데요”라는 말을 많이 해서, ‘아닌데요 비서관’으로 소문이 나 있다. 노 대통령은 토론을 좋아한다. 아랫사람이 반대 의견을 낸다고 해서, 그 자체를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럼 뭐가 문제인가? 여과장치도 갖춰져 있고, ‘아닌데요 비서관’도 있는데, 왜 노 대통령은 민심으로부터 고립되어 가는 것일까?

첫째, 노 대통령의 즉흥성 때문이다. 그는 최종 연설문을 그대로 읽지 않는다. 자신의 느낌과 분노를 있는 그대로 쏟아낸다. 여과장치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둘째, 노 대통령에게는 거스르지 말아야 할 ‘역린’이 하나 있다. 과거에 “대통령님, 그건 잘 모르셔서 그러는데요”라고 말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청와대 생활을 오래 하지 못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에게 ‘당신은 틀렸다’고 말하는 것과, ‘당신은 잘 모른다’고 말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지금 청와대 비서들은 ‘절묘한 아부꾼들’인지도 모른다.

셋째, 지금 청와대에는 ‘참모’들은 없고, ‘비서’들만 남아 있다. 참모는 자기 분야에서 ‘주군’보다 뛰어나야 한다. 때로는 직언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다. 비서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주군’의 영도력을 믿고 따르기만 하면 된다. 책임을 지지 않는다.

넷째, 게다가 청와대 비서들은 ‘전사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하는 일은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노 대통령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인 것이다. 집단 최면에 걸린 ‘전사’들은 사물을 올바로 보지 못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를 보면 정무적 판단은 대통령이 다 옳았다”고 말했다.

지금 청와대는 섬이다. 민심의 바다 위에 저 멀리 홀로 떠있는 외로운 섬이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이 상태는 지속될 것 같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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