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한 협조를 요구하며 여야 정치권을 두루 접촉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와 비공개 오찬회동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자유선진당이 통합해 새로 출범한 뒤 심 대표를 축하하는 뜻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며 “이 대통령이 심 대표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의 필요성 등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보수 대연합 논의나 심 대표에 대한 총리직 제안 등은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임영호 선진당 대변인은 “대통령은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안 처리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고, 심대평 대표는 농축산업 등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의 필요성을 적극 개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밀실회동’ 처럼 비밀스럽게 한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심 대표 쪽에서 비공개를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유럽 순방을 다녀온 직후인 지난 6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홍 대표의 한 측근은 “6일 청와대가 아닌 곳에서 대통령과 만났다”고 말했다. 이 회동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 처리에 대한 홍 대표의 발언은 이전보다 훨씬 강경해졌다. 홍 대표는 지난 3일 “지금이라도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서 나타난대로 한-미 에프티에이 처리에 협조해주시기 바란다”고 했으나, 이 대통령을 만난 다음날인 7일엔 “한-미 에프티에이 문제는 국익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로 더 이상 미루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안창현 임인택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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