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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남재준 원장 ‘간첩 증거조작’엔 면피성 변명만

등록 2014-03-09 20:19수정 2014-03-10 08:09

남재준 국정원장
남재준 국정원장
“국정원 명예 위해” 남북정상 대화록까지 공개하더니…
[간첩 증거조작 파문 확산]
국정원 “당혹스럽고 송구”
국기문란 책임은 회피
박 대통령도 ‘비정상적 침묵’
통합신당, 책임자 처벌 촉구
‘비정상의 정상화’를 핵심 국정 목표로 제시한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이해하기 힘든 ‘비정상적 침묵’을 지키고 있다. 보수세력마저 간첩 혐의자에 대한 증거를 조작한 국가정보원의 행태를 ‘국기문란 범죄’라고 비판하는데도, 정작 박 대통령은 단 한마디 언급도 없이 사태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정보원도 9일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사건의 책임을 외부에 떠넘기려는 듯한 태도를 유지했다. 국정원은 이날 밤 보도자료를 내어 “간첩 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물의를 야기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면서도 “중국의 협조자로부터 입수해 검찰에 제출한 문서들의 위조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어 국정원으로서도 매우 당혹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 결과 위법한 일이 확인되면 관련자는 엄벌에 처해 이번 계기를 통해 거듭나는 국정원이 되겠다”고 했다.

국정원 발표문의 요지는 ‘몰랐던 일이라 당혹스럽고, 위법이 확인되면 엄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박 대통령과 국정원이 보여준 태도와 판박이처럼 똑같다.

지난해에도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해 ‘나는 몰랐다’면서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가 나오면 관련자는 엄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뒤 여론은 잠잠해졌고, 국정원에 맡긴 국정원 개혁은 결국 흐지부지됐다. 이번에도 국정원이 어느 선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 재발 방지를 위해 뭘 하겠다는 것인지가 모호하다. 더욱이 이번 사건을 일으킨 조직이 ‘당혹스럽다. 관련자는 엄벌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치권 등에선 ‘국정원과 남재준 국정원장을 감싸는 듯한 박 대통령의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건은 국가기관이 특정인의 처벌을 위해 문서 위조에 나선, 민주주의의 근간인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은 오전 국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은 계속 침묵하고 있고, 검찰은 사건 관계자가 자살을 시도한 이후에야 수사로 전환하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결단과 특검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태도와 별개로, 남재준 원장의 무책임한 처신도 도마에 올랐다. 남 원장은 지난해 7월 국정원의 대선개입 증거들이 드러나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공개를 강행하면서, 그 이유를 “야당이 왜곡하니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랬던 그가 국정원의 ‘증거조작’에 대해서는 부실한 해명과 무책임한 대응으로 ‘조직의 명예’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남 원장의 버티기는 과거 검찰·경찰의 수장들이 피의자 고문 의혹이나 시위 과잉진압 등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사례와 비교해도 사뭇 다른 처신이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남 원장이 처음엔 (증거조작을) 몰랐더라도 1심 무죄 판결 뒤 언론에 조작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는 사실관계를 보고받았을 것”이라며 “그 이후로도 모르고 있었거나 방치했다면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대선개입과 증거조작 모두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일인데도 정보기관이 저렇게 당당한 것은 박 대통령이 지금껏 남 원장 뒤에 자신의 신임이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라며 “남 원장을 해임해 국가 기강을 세우지 않으면 박 대통령이 더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입에 담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진환 이승준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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