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갑작스런 ‘개헌 카드’ 왜?
미르·K스포츠·우병우 논란에
지지율 매주 최저치 경신하자
‘개헌 블랙홀’론서 찬성 급선회
“5년 단임제는 지금 안 맞는 옷”
청와대는 ‘정치적 해석’ 경계
“6월부터 극비리 추진” 강조
미르·K스포츠·우병우 논란에
지지율 매주 최저치 경신하자
‘개헌 블랙홀’론서 찬성 급선회
“5년 단임제는 지금 안 맞는 옷”
청와대는 ‘정치적 해석’ 경계
“6월부터 극비리 추진” 강조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임기 내 개헌 완수”를 선언하면서, 정치권이 ‘청와대발 개헌 정국’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가 여야의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던 만큼, 박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개헌 카드’는 정치권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인한 지지율 급락과 집권 후반기 권력누수(레임덕)를 막고, 임기 끝까지 정국 주도권을 틀어쥐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저의 공약 사항이기도 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지속가능한 국정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고, 대외적으로 일관된 외교정책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큰” 제도이며,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되었다”는 것이다.
애초 개헌은 박 대통령의 2012년 대선 공약이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집권 후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개헌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취임 이후 박 대통령은 ‘개헌 블랙홀론’을 강조했고, 최근까지 김재원 정무수석을 통해 “지금은 개헌 논의를 할 때가 아니라는 게 분명한 방침”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인화성이 큰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모든 현안이 개헌에 묻혀 국정동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탓이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개헌 요구에 대해 “입이 떨어지지 않는 이야기”(2016년 1월 새해 기자회견), “지금 이 상태에서 개헌을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나”(2016년 4월 편집·보도국장 간담회) 등 경제·안보위기 극복이 개헌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그러던 박 대통령이 ‘개헌 장애요인’으로 지목했던 안보·경제위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그것도 내년도 예산안과 관심 법안 처리를 국회에 요청하는 자리에서 개헌을 공식화한 것은 커다란 자기모순이다. 지금 꺼낸 개헌론이 국면전환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최근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 및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의혹,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논란 장기화 등으로 국정 지지율이 매주 최저치(25%, 한국갤럽 10월 셋째 주 조사)를 경신하자, 수세에 몰린 국면을 반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개헌 카드’로 실행에 옮긴 셈이다. 특히 최순실씨를 둘러싼 논란이 정권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이를 차단하려는 선제적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승부사 기질을 갖고 있는 박 대통령이 지지율이 급락하고 여론이 비판적인 상황을 개헌으로 역전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여소야대 정국과 임기 말 레임덕 본격화 등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정국을 단번에 반전시킬 수 있는 승부수라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개헌은 블랙홀’이라더니, 최순실 의혹을 빨아들일 블랙홀을 만들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선을 한해 앞둔 상황에서 개헌 논의는 대선구도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 있는 카드인 만큼, 박 대통령의 정국 주도권 확보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는 개헌 추진 공식화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며 최소한 6월부터 극비리에 추진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정무수석에 임명된) 6월부터 개헌에 대한 방향 설정에 관해 많은 고민과 수석비서관들의 의견이 있었다”며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개헌 추진을 공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종적이자 종합적인 보고서는 지난 추석 연휴 전에 상당히 많은 분량으로 보고를 드렸고, 연휴 마지막 무렵에 박 대통령이 개헌 준비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 등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추진해왔다는 주장이다. 김 수석은 이번 개헌 제안이 정략적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선 “개헌은 상당히 오랫동안 구체적으로 준비를 해왔고, (개헌은) 하루아침에 제안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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