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집을 2채 이상 보유한 비서관급 이상 청와대 공직자들에게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가 16일 오전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성공을 위해 청와대부터 솔선수범하겠다는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조처로 알려졌다. 청와대 참모들에게 권고한 형식이지만, 정부 부처 고위공직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노영민 비서실장이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대통령비서실과 안보실의 비서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이 정부의 부동산가격 안정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며 “앞으로 청와대에 (공직자를 임용하는 데 있어서) 이것이 하나의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 수석은 또 “(권고가 다른 부처로 확대되는 것은) 권한 밖의 일”이라면서도 “다만 청와대 고위공직자가 솔선수범하면 아마도 다른 정부 부처 고위공직자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판단도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대외적으로 노 비서실장의 지시가 아닌 ‘권고’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실린 조처라고 한다. 권고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문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직접 발표 시기까지 정하는 등 청와대의 ‘솔선수범’을 각별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수석은 이번 권고에 해당하는 참모들과 관련해 “재산신고 기준으로 강남 3구와 투기과열지구 등에 2채 이상 집을 가진 분이 11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고위공직자로서 스스로 책임을 지는 그 정도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고 이행 여부는 정해진 일정에 따른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때 자연스럽게 파악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고 범위에 포함되는 한 참모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집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최근 이와 관련한 내부 회의를 노 실장 주재로 수차례 진행했고, 윤 수석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지적한 부분도 일부 수용했다”고 전했다. 앞서 경실련은 지난 11일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했거나 현재 재직 중인 참모진의 부동산 재산을 분석한 결과, 참모진 65명이 보유한 아파트·오피스텔 시세 평균이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2주택자는 2017년 11명에서 올해 13명으로 2명 늘었고, 3주택 이상도 2명에서 5명으로 늘었다고 공개했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30개월 중 26개월 동안 집값이 상승했다. (대통령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 청와대 참모들의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완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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