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총선 때 영남권에서 9명의 당선자를 냈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는 7석을 얻는 데 그쳤다. 특히 김부겸·김영춘 등 대선주자급으로 분류되던 인사들마저 미래통합당 후보에 밀려 속절없이 낙선하자, 일부 언론과 여권 지지층 안에서는 ‘영남 지역주의 부활’이란 진단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총선의 실제 표심은 지역구도 부활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세차례 총선에서 영남권의 민주당 득표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영남 지역주의 부활’은 최다득표자 1명만 당선시키는 소선거구-단순다수대표제의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겨레>가 최근 세 차례 총선 개표 결과를 비교 분석해보니,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부산에서 얻은 표는 전체의 43.5%였다. 부산에서 5석을 얻었던 20대 총선 득표율(37.8%)보다 높다. 4년 전보다 많은 표를 얻었지만, 지역구 의석수는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울산도 마찬가지다. 20대 총선 때 이곳에서 16.2%를 득표하는 데 그쳤던 민주당은 이번에 38.6%를 얻어 득표율이 2배 넘게 뛰었다. 지난 총선 때 지역구 6곳 중 2곳에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을 고려하더라도 상승폭이 크다. 그러나 당선자는 2018년 재보궐선거 때 북구에서 당선된 이상헌 의원 1명뿐이다.
4년 전과 같은 수의 당선자(3명)를 낸 경남에서도 득표율은 훌쩍 뛰었다. 민주당의 경남 지역구 득표율은 28.3%(19대)→29.8%(20대)→37.1%(21대)로 계속 상승 추세다. 지난 총선에 견줘 득표율이 7.3%포인트나 올랐지만 이런 민심이 의석수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에 단 1석도 허락하지 않은 대구·경북(PK) 역시 민주당의 득표율 상승세가 뚜렷하다. 19대 총선 때 20.9%였던 대구의 민주당 지역구 득표율은 24.4%(20대), 28.5%(21대)로 꾸준한 증가 추세다. 경북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모든 지역구에 출마했던 8년 전 19대 총선에 견줘 득표율이 11%포인트나 올랐다. 4년 전엔 민주당 득표율이 8%로 급락했으나, 전체 13개 지역구 중 6곳에만 후보를 내고 얻은 결과여서 이번 총선과 비교 자체가 어렵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경북 유권자 네명 중 한명(25%)의 마음을 얻었지만, 의석은 한 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영남권 유권자의 지역주의 투표 행태는 선거가 거듭될수록 완화되고 있는데도 이런 민심의 변화가 의석수에 반영되지 않는 데는 현행 선거제도 탓이 크다. 지금의 소선거구-단순다수대표제 시스템에서는 2위보다 1표라도 많이 얻은 최다득표자 1명만 당선되고, 나머지 득표자의 표는 고스란히 사표가 되기 때문이다. 정병기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영남에서 민주당이 얻은 표를 살펴보면 섣불리 ‘지역구도 심화’라는 해석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부분의 권역에서 나타나는 득표율과 당선자 수의 불일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와 같은 제도 개혁을 통해서만 교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는 재확인시켰다”고 진단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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