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에 백신 기부를 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 개막식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외교를 지지했다. 문 대통령은 “아시아에서부터 코로나에 공동대응해야 한다”며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기부와 같은 다양한 코로나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도 공평한 백신 공급, 원활한 인력 이동, 과감한 재정투자 등 코로나 극복을 위한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료를 보면, 중국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53개 나라에 백신을 원조하고 22개 나라에 백신을 수출하면서 대외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인도 등 4개국 협의체 ‘쿼드’는 미국의 기술, 일본의 자금 지원, 호주의 물류 능력을 동원해 인도에서의 백신 생산을 대폭 늘려, 동남아시아 등에 배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아시아 등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견제에 나선 셈이다. 미국이 중국의 백신 원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중국의 백신 외교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어떤 나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이웃에 대한 배려 없이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공평한 백신 공급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국 제약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인구보다 더 충분하게 가지고 있으면서 더 물량을 사들이고 있는 미국 등 ‘백신 선진국’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중국의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인 보아오포럼에서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포럼은 대면회의와 비대면회의를 섞어 열렸고, 한국과 중국을 포함해 인도네시아·뉴질랜드·싱가포르·캄보디아·몽골 등 7개국 정상들이 화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참여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글로벌 대변화 : 글로벌 거버넌스 강화, 일대일로 협력 심화’ 이다. 문 대통령은 “보아오포럼 창립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아시아 나라들은 보아오포럼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구동존이’의 정신을 실천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포용성이 강화된 다자주의 협력 △코로나 공동대응 △기후위기 대응 △신기술과 혁신 협력 등을 강조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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