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장관이 지난 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국방부 군검찰이 25일 상부 보고 과정에서 성추행 사실을 은폐한 혐의를 받는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이아무개 대령 등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최초 성추행이 발생한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 관계자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됐으며 이갑숙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장은 피의자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성추행 및 사망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는 모양새다.
국방부는 25일 “공군 군사경찰단장 등 군사경찰단 소속 4명에 대해 허위보고 혐의로 입건하고 오전 10시께 공군 군사경찰단을 압수수색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은 지난 5월23일 이아무개 중사 사망 사건을 국방부에 보고한 주체다. 당시 실무자는 보고서에 ‘성추행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내용을 기재했지만 공군 군사경찰단장인 이 대령은 실무자에게 ‘사망한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빼라’는 지시를 4차례나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서욱 국방부 장관은 5월24일 이 중사의 죽음을 ‘단순 변사’로 보고받았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 대령을 상대로 이 중사의 성추행 사실을 누락하고 왜 허위보고를 했는지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또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 수사관계자 중 1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입건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며 “또 다른 수사관계자 2명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전투비행단은 이 중사의 근무지로, 이 중사에 대한 성추행이 발생한 곳이다. 성추행 사건은 지난 3월2일에 발생했고 이 중사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됐지만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할 때까지 가해자는 기소되지 않았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의 부실수사 사실을 확인하고도 전날까지 한명도 입건하지 않아 ‘군의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방부 검찰단은 또 “유족으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당한 공군 양성평등센터장을 피의자로 소환조사했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성추행 피해 발생 사흘 만인 3월5일 사건을 처음 인지했으나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4월6일에야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에 피해 신고를 했고, 그마저도 상세 내용 없이 ‘월간현황보고’ 형식으로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 ‘늑장·축소 보고’ 문제가 제기됐다.
이 중사 유족 쪽의 김정환 변호사는 이날 “15비대대장, 운영통제실장, 중대장, 레이더정비반장에 대해 직권남용가혹행위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성추행 피해 뒤 이 중사가 옮겨간 부대 간부들이 회의 시간에 피해사실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는 등 2차 가해를 했다는 혐의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