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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이 중사가 믿었던 최초 통화자, ‘피해 호소’ 녹취 파일 삭제했다

등록 2021-07-02 19:19수정 2021-07-02 21:53

2차 가해자에 통화 내용 전달도
대대장은 증거인멸 공모 정황
직속상관 대대장·선임중사 기소
한겨레 자료 사진
한겨레 자료 사진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아무개 중사가 피해 사실을 처음 털어놨던 선임 부사관이 이 중사와 통화한 녹취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의 직속상관인 대대장이 증거인멸을 모의한 정황도 포착돼 함께 기소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2일 제20전투비행단 정보통신대대장 김아무개 중령과 같은 대대 소속 김아무개 중사를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중사는 이 중사가 성추행을 당한 3월2일부터 5월4일까지 여러차례 통화하면서 도움을 요청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국방부 조사본부는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이 중사가 김 중사를 가장 믿어 피해 상황을 얘기했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김 중사는 이 중사와 통화 내용을 휴대전화에 녹음해놨지만 이를 즉각 신고하거나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관련 내용 일부를 ‘2차 가해자’들에게 알려준 정황도 수사 과정에서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단은 김 중사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파일 삭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김 중사는 이 중사 사망 사건이 보도되고 국방부 합동수사가 시작되자 일부 녹취 파일 등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단은 대대장인 김 중령이 이런 정황을 알고도 김 중사 휴대전화에 파일을 덮어씌우는 방법으로 삭제한 파일의 흔적을 없애려 하는 등 증거인멸을 모의한 정황도 확인했다. 현재까지 이 중사 사망 사건 관련 피의자 21명 가운데 6명이 기소됐다.

검찰단은 이와 별개로 김 중령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를 정상적으로 조치하지 못한 점에 대해 성실의무위반 징계 혐의 사실로 (공군본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박인호 신임 공군참모총장 신고식 뒤 박 총장에게 “엄중한 시기에 중책을 맡겨 군 통수권자로서 마음이 무겁다. 취임을 계기로 분위기를 일신하고 병영문화를 혁신해 진정한 강군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총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창군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고, 이 중사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진행 중인 모든 조사와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은 이완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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