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이 21일 현지 항구에서 출항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해군이 장병의 90%가 코로나19에 확진된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급·4400t급)에 지난 2월 출항을 앞두고 ‘신속항원검사키트’ 사용지침을 내려보냈으나 실무부대 착오로 ‘신속항체검사키트’를 싣고 갔다고 밝혔다. 해군 자체 판단에 따라 ‘항체키트’를 챙겨갔다는 기존 입장에서 책임을 청해부대로 떠넘기는 모양새다.
해군은 23일 오후 공지를 통해 “청해부대 34진의 신속항원검사키트 미보유 출항과 관련하여 추가 확인된 사항이 있어 정정하여 설명드린다”며 기존 설명을 뒤집었다. 해군은 지난해 말 국방부에서 내려보낸 ‘신속항원검사 활용지침’ 문서를 받은 뒤 항원키트의 필요성을 검토해 예하 함정에 사용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문무대왕함에도 항원키트를 보급하라고 지시했지만 해외 파병 전 격리 기간을 거친 청해부대와 실무부대 간 확인이 미흡해 항원키트를 싣지 못한 채 출항했다고 덧붙였다.
항체키트는 무증상 감염이나 접종 뒤 항체가 형성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항원키트와는 용도가 다르다. 그러나 청해부대 34진은 올해 2월 항원키트가 아닌 항체키트를 지참하고 출항했다. 집단 감염 뒤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발생 가능성이 높은 부대, 병과 등에 항원키트를 활용하라는 공문을 하달했다며 2월 출항한 청해부대 34진도 항원키트를 챙겨 갔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해군 쪽은 지난 20~21일 <한겨레>에 ‘반드시 항원키트를 사용하라는 지침이 아니었다’며 당시 항원키트의 신뢰도를 감안해 이미 보유하고 있던 항체키트를 항원키트로 대체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국방부 공문에 ‘항원키트의 신뢰도가 높지 않으니 유전자증폭(PCR) 검사의 보조 용도로 활용하라’는 내용이 있었던 만큼 해군 자체 판단으로 항체키트를 지참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날 해군의 설명은 ‘항체키트를 항원키트로 대체할 필요가 없다는 자체 판단이 있었다’는 기존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항원키트를 지참하라는 국방부의 지시가 이행되지 않은 건, 해군 차원의 자체 판단이 아니라 ‘청해부대와 실무부대 간 확인 미흡’ 탓이라고 정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도구를 갖추지 못한 청해부대 34진은 초기 확진자를 감기 환자로 진단하면서 최악의 집단 감염을 경험하고 조기 귀항하게 됐다. 23일 현재 청해부대 34진 301명 중 확진자는 모두 271명이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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