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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성추행 피해자에 2차 가해” 질타한 의원들이 정작 ‘2차 가해’

등록 2021-08-20 18:35수정 2021-08-21 00:44

국민의힘 의원들, 국방위 전체회의서 피해자 근무지 특정해 언급
20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최근 벌어진 군내 성추행 사건들이 논의됐다. 연합뉴스
20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최근 벌어진 군내 성추행 사건들이 논의됐다. 연합뉴스

군내 조직적 은폐 문화와 무분별한 2차 가해 등으로 군내 성추행 피해자들이 잇달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국회에서도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는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져 비판이 예상된다.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지난 12일 해군 제2함대 독신자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성추행 피해자 ㄱ중사 사망 사건을 둘러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문제는 군 당국의 대응 조처의 문제점과 2차 가해 가능성을 조목조목 짚는 의원들이 정작 자신들은 숨진 피해자의 근무 기지를 특정해 발언한 점이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사실상 직접적인 사망에 이르게 한 2차 가해”라는 표현을 쓰면서 피해자 근무 기지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피해자의 성추행 사실이 동료군인들에게 알려진 것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한 같은 당의 하태경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피해자가 근무한 곳은 서해의 한 섬으로 근무 인원이 많지 않은 기지 특성상 피해자가 특정되기 쉽다. 이에 언론사들도 보도에 주의를 기울였던 부분이다. 아울러 애초 피해자는 지난 5월27일 남성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주임 상사에게 보고하면서도 관련 사실이 일체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도 이 부분이 여러 차례 언급된 만큼 의원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내용이다.

이날 평택 2함대 소속 성고충전문상담관이 도서지역 순회 상담 때 피해자와 상담을 한 뒤 사건을 상부에 보고했으나 해군이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도 자료 화면으로 작성한 표에서 피해자의 근무 기지를 적시했다. 같은 당의 성일종 의원도 발언 중 피해자의 근무지를 수차례 언급했다. 군의 성인지 감수성을 지적하면서도 그들과 같은 수준의 인식을 고스란히 반영한 모습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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