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바로 뒤에 서 있는 이가 서훈 국가안보실장이다. 연합뉴스
“북남 수뇌상봉”(남북정상회담)을 거론한 ‘김여정 담화’ 사흘 만인 28일 이른 아침 북쪽이 ‘단거리미사일’을 쏘자, 문재인 대통령은 “종합적이며 면밀히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엔에스시) 상임위원회는 긴급회의 뒤 ‘발사’의 성격을 규정하지 않고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긍·부정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반응으로 비쳐지려는 신중한 대응 기조다. 북쪽의 반발을 피하며 진짜 속내를 더 살필 필요가 있을 뿐더러, 임박한 대선 탓에 한껏 달궈진 국내 정치에 ‘북한에 끌려다닌다’는 비난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린 대응으로 읽힌다.
북쪽의 복잡다단한 행보와 관련한 정부의 판단과 대응 기조는 엔에스시 긴급회의 뒤 내놓은 발표문에 잘 드러나 있다. 정부는 우선 북이 이날 “아침 6시40분께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쏜 발사체 1발”을 “단거리미사일”로 판단했다. 그러고는 “발사 상황” “발사” 따위 건조한 중립적 개념을 선택했다. 이는 북이 지난 11일, 12일, 15일 잇따라 미사일을 쏘자 “연속된 미사일 발사 도발”이라 규정한 지난 15일 엔에스시 발표문과 사뭇 다르다. “도발”이란 성격 규정이 사라진 대목이 중요하다. 정무적으론 “(북은 ‘도발’, 남은 ‘억제력 확보’라는) 이중기준은 절대로 넘어가 줄 수 없다”던
‘김여정 담화’를 염두에 둔 어휘 선택으로 읽힌다. 군사기술적으론 북이 이날 발사한 ‘단거리미사일’이 유엔이 금지한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발사”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상황 판단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엔에스시의 “유감” 표명도 복합적인 신호를 담고 있다. 북쪽한테는 “도발” “규탄” 따위 북쪽이 거칠게 반발해온 어휘를 피해 ‘이중기준’이라는 반발을 억누르며 자제를 촉구하는 효과를 기대한 듯하다. 국내 정치적으론 ‘북의 미사일 도발에 아무 말도 못하고 끌려다닌다’는 비난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의 성격이 있다.
정부의 이런 신중한 대응엔, 근본적으론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21일 유엔총회 연설)과 “관계 개선 문제에 대한 건설적 논의”를 밝힌 ‘김여정 담화’로 어렵사리 발견한 ‘대화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으려는 심모원려가 깔린 듯하다.
한편, 북쪽은 이날도 남북 직통연락선 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이제훈 선임기자,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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