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0일 공군 부사관 추모 및 국방부 규탄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에 국화를 꽂고 손팻말을 붙이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성추행 피해 신고 뒤 상관의 회유와 협박에 시달리다 숨진 공군 이아무개 중사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가 15명을 기소하는 등 38명을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초동 부실수사 책임자와 지휘라인은 모두 불기소해 ‘용두사미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방부 검찰단은 6일 사건 관련자 79명을 조사해 25명을 형사입건했다고 밝혔다. 25명 가운데 성폭력 가해자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피해자 국선변호인과 공군양성평등센터장 등 12명을 불구속 기소해 모두 15명을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나머지 10명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 사건 처리·관리 과정에 대한 감사결과, 입건된 25명을 포함해 39명이 보고누락, 업무 처리 부적정, 피해자 보호 및 피해사실 유포 등으로 징계·경고 같은 문책 대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가운데 ‘2차 가해’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수감 중 숨진 노아무개 상사는 제외돼 최종 문책 대상은 38명이 됐다.
하지만 처음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가해자를 조사도 하지 않고 ‘불구속 수사'로 결정해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된 20비행단 군사경찰 대대장과 수사계장은 ‘증거부족’으로 불기소됐다. 사건을 보고받고도 아무런 수사 지휘를 하지 않은 공군본부 법무실장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았지만, ‘증거 부족’을 이유로 불기소됐다.
또 ‘2차 가해’ 피해로 부대를 옮긴 피해자에게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강요하거나 질책성 지도를 했다며 유족들이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고소한 15비행단 대대장 등에 대해서도 ‘증거부족’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기소된 15명 중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이 포함되긴 했지만, 부실수사 혐의가 아닌 허위보고 혐의가 적용됐다. 결국 초동 부실수사와 피해자 구제를 소홀히 한 것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게 된 것이다.
공군 20비행단 소속이었던 이아무개 중사는 지난 3월2일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즉각 신고했지만, 군의 ‘뭉개기 수사’ 및 2차 가해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다 지난 5월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3일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고, 국방부는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겠다며 창군 이래 처음 ‘특임 군검사’를 투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 수사 결과 초동수사와 수사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군사경찰, 군검찰, 군검찰 상부인 공군본부 법무실 관계자들은 형사처벌을 면하게 돼 ‘면죄부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초동수사 미진은 맞지만 형사적으로 직무유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내부에서도 치열한 토론을 했지만, 직무 유기가 성립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데 무엇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증거가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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