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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대북정책 단절선언이자 ‘경제-안보 교환’ 대북 제안

등록 2022-08-15 17:12수정 2022-08-16 02:43

광복절 77돌 경축사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등 6대 경협 구상 제안
금강산·개성·철도도로 연결 ‘3대 경협사업’은 외면
공언해온 ‘북 안보 우려 관련 조처’도 없어
전문가 “비핵개방3000구상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77돌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걸 목표로 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등 6개의 경제협력 구상으로 이뤄진 ‘담대한 구상’을 처음으로 북한에 공개 제안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5월10일)에서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예고한 지 98일 만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77돌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걸 목표로 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등 6개의 경제협력 구상으로 이뤄진 ‘담대한 구상’을 처음으로 북한에 공개 제안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5월10일)에서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예고한 지 98일 만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77돌 경축사에서 북한에 처음 공개 제안한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등 6개의 경제협력 구상으로 이뤄져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5월10일)에서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예고한 지 98일 만이다.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은 ‘경제’를 줄테니 ‘안보’를 내놓으라는 ‘경제-안보 교환 제안’에 가깝다. 그는 △대규모 식량 공급 △발전·송배전 인프라 지원 △항만·공항 현대화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지원 △병원·의료 시설 현대화 △국제투자·금융지원을 6대 구상으로 제시했다.

대통령실은 담대한 구상이 “업그레이드된 경제 지원 아이템”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북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0년 안에 주민소득이 3000달러에 이르도록 돕겠다는 구상)과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비핵화 합의 완료를 전제로 했던 비핵개방3000 구상과 달리 담대한 계획은) 비핵화 초기 협상 과정부터 경제 지원 조처를 적극적으로 담보한다는 점에서 과감한 제안”이라며 “북한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합의가 도출되면 핵시설 동결신고→사찰→폐기로 나아가는 단계적 비핵화 조처에 상응해 남북공동발전위원회를 설립해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실 고위 관계자는 “포괄적인 핵합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대북) 자원 식량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핵협상을 진행한다는 것”이라며 “유엔 경제 제재 중에 뭘 부분적으로 해제할 수 있는지 필요하면 논의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70년 넘는 남북 분단사에서 북쪽이 단 한 번도 받아들인 적이 없는 비대칭적 접근법이다. 더구나 ‘담대한 계획’은 ‘안보’ 부분이 빠지는 등 공언했던 것보다 후퇴했다. 지난달 22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윤 대통령 업무보고 뒤 담대한 계획안에 “북한이 제기하는 안보 우려 및 요구 사항 등을 포함했다”고 말했지만 경축사에서는 이 내용이 빠져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추진 노선(경협, ‘9·19군사분야 합의’를 앞세운 남북 군사적 신뢰 구축과 군축, 북미 관계정상화, 종전선언 등)과 확연히 다른 접근법이다. 특히 2000년 6월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표적 남북 협력 사업인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철도·도로 연결 등 ‘3대 경협 사업’은 언급조차 없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어달리기가 될 것”(6월27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이라던 권영세 장관의 거듭된 공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받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남·대적 정신”을 강조하며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의 추태와 객기는 상응한 대가를 치를 것”(7월27일 ‘전승 69돌 기념행사’ 연설)이라고 했고,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남조선 괴뢰들이야말로 불변의 주적”이라며 “아주 강력한 보복성 대응”(8월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을 예고한 터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담대한 구상을 북쪽에 정식 제안하고도 이를 논의할 정상회담은커녕 당국회담조차 제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다”며 에둘러 ‘북한=전체주의’라 지목하기도 했다. 남북 공동발전위원회 설립 역시 북한이 협상에 나올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라 대화 제안이 아니다.

여러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담대한 구상’은 사실상 대북정책 단절선언이자 남북관계가 나쁜 건 북한 때문이라는 국내 정치용 말잔치”라며 “북한의 호응과 국민적 공감 확산은커녕 오히려 논란과 갈등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담대한 구상’이 북쪽이 “반민족 궤변, 반통일 망동, 용납못할 도발”이라며 전면 거부한 “비핵·개방·3000 구상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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