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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윤 대통령의 공허한 광복절 경축사…북·일 호응 가능성 희박

등록 2022-08-15 17:10수정 2022-08-16 02:42

북한엔 ‘담대한 구상’, 일본엔 “힘 합쳐나가야 하는 이웃”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핵 개발 중단과 실질적 비핵화를 전제로 대규모 식량 공급과 사회기반시설 지원 등을 담은 ‘담대한 구상’을 북한에 제안했다.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강조한 한-일 관계 개선도 내세웠다. 그러나 대북 제안은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어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낮고, 대일 문제는 접근법을 생략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전세계의 지속 가능한 평화에 필수적인 것”이라며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광물·희토류 등 지하자원과 식량·생필품 공급을 연계하는 식량 공급 지원 △발전·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병원·의료인프라 현대화 지원 △국제 투자 및 금융 지원 등 6개 제안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포괄적 비핵화 합의가 도출된다면 남북공동경제발전위원회를 설립하고, 비핵화 합의에 이르지 않은 상태라도 유엔 대북 경제 제재의 부분적 완화를 논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대북 로드맵 ‘담대한 구상’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경제협력’을 부각했다는 면에서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다, 최근 강경 대남기조를 선언한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원하는 안전보장에 관한 제안도 담기지 않았다. 이에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정치·군사 부문 협력 로드맵도 준비해뒀다”며 “군사 분야에서는 긴장완화 조치들이 신뢰 구축 단계로, 정치 분야에선 평화 구축 조치들이 평화 정착 단계로 마무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남북 문제에 앞서 한-일 문제를 언급하며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였다. 그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얘기하면서 “일본은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다. 한-일 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한 뒤 “한-일 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국이 갈등하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민감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든 사안이 최종적으로 끝났다는 태도에 변함이 없다.

한편,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인사·정책 난맥상으로 인한 낮은 국정 지지도나 쇄신, 야당과의 협치 등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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