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비에스티브이>라는 업체에 올라와 있는 천공 인터뷰 사진. 제이비에스티브이 누리집.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관저 물색 과정에서 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서울 한남동 육참총장 공관에 역술인 ‘천공’이 다녀갔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통령실이 고발까지 하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정황이 공개된 것이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2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난해 4월1일 남 전 총장에게서 ”천공이 한남동 공관을 방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함께 참석한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 장소에서였다고 한다. 남 총장은 헬기에서 내려 화장실에 가는 부 대변인을 따라와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 꼭 알아야 한다”며 말을 꺼냈고 “얼마 전 천공이 한남동 육군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에 있는) 육군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공관 관리 부사관으로서는 ‘집주인’인 현직 육군참모총장에게 외부인의 방문을 보고한 셈이다.
부 대변인이 “긴 수염에 도포자락을 휘날리고 다니는 천공이 사람들 눈에 쉽게 띌 텐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되묻자 남 총장은 “(공관 관리하는 부사관이) 무슨 의도로 내게 허위보고를 하겠느냐”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내용은 3일 출간되는 그의 책 <권력과 안보>(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에도 담겼다.
부 전 대변인은 다른 육군 관계자한테서 당시 천공이 탄 차량과 동행자 등 자세한 이야기도 들었으나, 책에는 담지 않았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약 한달 앞둔 지난해 4월12일 사직한 그는 “대변인 재임 때 쓴 일기를 토대로 책을 썼다.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일기 파일의 생성·수정 날짜를 확인하면 당시 내가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기록했고, 나중에 수정·변조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남 전 총장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앞서 김종대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국방부 고위 관계자’발로 이런 내용을 방송에서 공개하자 대통령실은 ‘허위사실유포로 윤 대통령과 김용현 경호처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그를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객관적 근거 없이 무속 프레임을 씌우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가짜뉴스로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을 방치할 순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천공의 한남동 관저 방문 의혹이 구체화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관저를 결정하는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국회 국방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천공의 국정개입을 낱낱이 밝히고 이를 방치하고 감춰온 대통령실 등 정부 관계자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천공이 한남동 공관을 방문하였다는 의혹 제기와 관련하여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며 “사실과 다른 ‘전언’을 토대로, 더불어민주당이 앞장 서 ‘가짜 뉴스’를 확산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부 전 대변인) 본인이 들은 얘기를 가지고 책으로 주장하는 건 무책임한 허위사실 유포”라며 “고발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육군도 공지를 통해 “천공의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 방문 의혹 제기는 사실이 아님을 거듭 밝힌다”며 “명확한 근거 없이 무분별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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