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누리집에 5년만에 다시 올라온 백선엽 장군을 전쟁영웅으로 그린 웹툰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 육사 누리집 갈무리
육군사관학교(육사)가 문재인 정부 때 누리집에서 삭제했던 백선엽 장군 웹툰을 지난달 다시 올렸다. 이 웹툰은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는 제목으로 한국전쟁 때 낙동강 방어선 다부동 전투를 중심으로 백 장군을 전쟁 영웅으로 그린 내용이다. 최근 육사가 홍범도 장군 등 독립전쟁 영웅 흉상을 교정에서 철거하고 백 장군 동상을 세우려한다는 논란이 뜨거운데, 육사는 29일 백 장군 웹툰 재게재는 인터넷 서버 용량 증설에 따른 기술적 문제라고 해명했다.
육사는 지난달 25일 학교 누리집에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는 제목의 30회 분량 웹툰을 게재했다.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는 백 장군의 한국전쟁 회고록 제목이기도 하다. 1950년 8월 한국전쟁 낙동강 방어선 다부동 전투에서 사기가 떨어져 후퇴하려던 국군 장병들에게 백 장군이 “내가 앞장서겠다. 내가 두려움에 밀려 후퇴하면 너희가 나를 쏘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이 말은 한국전쟁 영웅 백선엽의 상징처럼 됐다.
2016년 육사 학술정보원이 제작한 이 웹툰은 육사 누리집에 올라와 있었는데, 당시 백 장군의 친일 행적은 언급하지 않고 전쟁 영웅으로만 미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백 장군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했던 만주군 간도특설대 장교로 근무한 전력으로 인해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됐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월19일 육사는 누리집에서 이 웹툰을 삭제했다. 문재인 정부가 국군의 뿌리를 광복군에서 찾으려고 하면서 친일 행적이 있는 백 장군의 웹툰이 육사 누리집에서 내려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육군 관계자는 “백 장군 웹툰 삭제와 국군 역사 재조명은 무관하다. 후속 웹툰들이 새로 게재되면서 기존의 백 장군 웹툰이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웹툰을 게재해야 하는데 육사 자체 인터넷 서버 용량 등이 부족해 먼저 게재한 웹툰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백 장군은 “6·25전쟁에서 대한민국을 구한 호국의 별”,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조국을 구한 최고의 전쟁영웅” 등으로 추앙됐다. 지난 7월5일 국가보훈부 주관으로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백 장관의 동상 제막식이 열렸고, 보훈부는 백 장군이 안장된 국립현충원의 기록에서 친일 행위 문구를 지난달 24일 삭제했다고 밝혔다.
보훈부가 친일 문구 삭제를 밝힌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육사 누리집에 백 장군의 웹툰이 5년여 만에 다시 올라왔다.
육사 관계자는 “2018년 당시는 육사 자체 서버를 사용해 서버 용량이 부족해 웹툰 화면을 열면 버벅거리는 등 버퍼링 문제가 발생해 후속 웹툰을 게재하려고 먼저 올린 백 장군 웹툰을 내렸는데, 현재는 국방통합망 서버를 사용해 서버 용량이 부족했던 문제를 해결해 지난 7월 다시 백 장군 웹툰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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