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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역사를 잊은 육군사관학교에 미래는 없다”

등록 2023-08-29 15:27수정 2023-08-30 02:42

독립운동가 후손·시민들 육사 앞 회견
“경술국치 준하는 모욕…홍범도 흉상 철거 중단하라”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육군사관학교(육사) 내부와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독립전쟁 영웅 홍범도 장군(1868~1943) 흉상을 철거할 방침을 밝힌 가운데, 독립운동 단체들이 “경술국치에 준하는 모욕적인 일”이라며 철거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25개 독립운동가 기념사업회 등으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은 29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육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사에 설치된 홍 장군 흉상 철거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흉상을 철거하겠다는 국방부는 민족공동체의 역사를 부정하고 군 고유의 정신을 지키겠다는 국민과 한 약속을 배반하는 것”이라며 “국가와 민족과 역사에 대한 반역행위를 자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제에 나라를 뺏긴 경술국치일이기도 한 이날 기자회견엔 폭우에도 의열단 김한 선생의 후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독립운동가 후손과 시민 100여명(주최 쪽 추산)이 모였다.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정문 들머리에서 29일 오후 육군사관학교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정문 들머리에서 29일 오후 육군사관학교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민성진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회장, 채수창 무후광복군기념사업회 회장, 최성주 운산장군기념사업회 이사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흉상 철거가 ‘이념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2018년 홍 장군 등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 제막식은 군부독재와 광주 5·18민주항쟁과 관련한 부정적이며 잘못된 역사와 결별하고, 국민의 군대로서 국가를 방위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의 통일에 이바지한다는 군 본래 정신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며 “남북 분단을 악용해서 이념 갈등을 조장하려는 얄팍한 술수로 독립항쟁 선열들을 모욕하는 행위가 더는 반복되지 않기 바란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정문 들머리에서 29일 오후 육군사관학교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정문 들머리에서 29일 오후 육군사관학교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들은 이번 국방부의 결정이 광복절 기념사 등에서 독립항쟁을 부정한 윤석열 대통령의 무책임한 언행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78주년 광복절 기념사 등에서 정부는 독립항쟁, 민주화 투쟁, 남북의 평화와 일치를 위한 헌신을 부정하고 심지어 반국가적 행위로 규정하고 비난했다”며 “국방부의 헌법 정신과 이념을 파괴하는 몰지각한 행위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무책임한 언행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우원식 의원은 “역사학계에서 검증이 끝난 독립운동가를 이념의 잣대를 들이밀어 왜곡하고, 분란을 일으키는 매카시즘적 작태를 반드시 물리칠 것”이라고 했다.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정문 들머리에서 29일 오후 육군사관학교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정문 들머리에서 29일 오후 육군사관학교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기자회견엔 철거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가한 시민들도 있었다. 향우회를 통해 기자회견 소식을 접하고 참가하게 됐다는 주부 차아무개(62)씨는 “독립투사들의 정신을 본받아야 할 육사에서 흉상이 철거하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민생은 나날이 어려워지는데, 왜 이런 소모적인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다”며 “맨날 남 탓만 하고 국민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강신범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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