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왼쪽)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오른쪽)이 18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주최로 열린 라브로프 장관 방북 환영 연회에서 서로 얘기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1시간 넘게 만났다고 러시아 외교부가 발표했다. 다만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전하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답방에 관한 논의가 있었으리라 추정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회담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 뒤 단독 기자회견을 열어 “한반도에서 미국·일본·한국의 군사 활동 증대와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이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며 “전제 조건 없이 한반도의 안보 문제를 논의할 정기적인 협상 프로세스 구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리아 노보스티’ 등 러시아 언론이 전했다. 그는 러시아가 북·중과 함께 한·미·일 3국의 “위험한 노선”에 반대해, “긴장 완화와 긴장 고조 불허용 노선”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최 외무상과 라브로프 장관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미국의 패권적 야망에 저항하겠다는 결의를 강조했다”고 러시아 외교부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밝혔다. 한·미·일 밀착에 대응해 북·중·러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아울러 라브로프 장관은 “최 외무상한테 편한 시기에 모스크바에 방문하도록 초청했다”고 러시아 외교부가 전했다.
북·러는 외교장관 회담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답방 문제를 포함한 북-러 정상회담 합의 이행과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을 집중 논의했으리라 추정된다. 특히 양국은 11월 안에 제10차 ‘조로 정부 간 무역, 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북-러 경제공동위)를 평양에서 열어 경제협력 방안을 집중 협의할 예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식량 지원, 나진·하산 중심의 러-북 경제·물류 협력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라브로프 장관은 방북 첫날인 18일 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주최로 열린 환영 연회 연설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와 인민이 실시하는 모든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최 외무상도 북-러 관계가 “가장 진실한 동지적 우의로 굳게 결합된 불패의 전우 관계, 백년대계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더욱 승화 발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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