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만나 “(9월13일) 조로 수뇌(북·러 정상)회담에서 이룩된 합의들을 충실히 실현해 안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새 시대 조로관계의 백년대계를 구축하자”고 밝혔다고 20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국-러시아 관계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얽혀 악화하는 가운데, 북한-러시아의 밀착이 가속화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만나 “(9월13일) 조로 수뇌(북·러 정상)회담에서 이룩된 합의들을 충실히 실현해 안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새 시대 조로 관계의 백년대계를 구축하자”고 밝혔다고 20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주최로 열린 연회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와 인민이 실시하는 모든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히는 등 ‘북한 지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북·러 양국은 “공동 노력, 공동 행동 강화”와 “견해 일치”를 거듭 강조했다. 북·러 밀착이 러시아연방 군사대표단 방북(7월25~27일)→김정은 위원장 방러와 북·러 정상회담(9월12~17일)→라브로프 장관 방북(18~19일) 등 고위급 상호 방문을 통해 급가속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 9월30일 한-소 수교 이래 순탄치 않았던 북·러 양국이 관계 정상화를 넘어 ‘재동맹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북·러는 한반도·국제 정세에서 ‘반미연대’의 한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라브로프 장관와 만나 “굳건한 정치·전략적 신뢰관계”를 토대로 “복잡다단한 지역·국제 정세에 주동적 대처”를 다짐했다. 최선희 외무상도 19일 라브로프 장관과 회담에서 “지역·국제 문제에서 공동 행동 강화에 견해 일치를 봤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양쪽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상황 악화를 초래하는 미국의 패권정책에 대항하려는 단호함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이 경제협력 강화·구체화를 눈에 띄게 강조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라브로프 장관과 만나 “두 나라 인민들의 복리 증진”을 강조하며 “모든 방면에서 쌍무적 연계를 계획적으로 확대”하는 데 “견해 일치”를 봤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북·러 외교장관회담에선 “경제, 문화, 선진과학기술 등 각 분야에서의 교류협력 사업을 적극 추동할 실천적 방향·방도들을 구체적으로 토의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19일 회견에서 “각종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을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지질조사와 북한 친구들한테 필요한 에너지 및 기타 물품 공급 계획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달 평양에서 열릴 10차 북·러 경제공동위원회에서 관련 협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러의 이런 밀착은 한-러 양국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상회담은커녕 정상 간 전화통화조차 단 한 차례도 성사시키지 못하는 현실과 극적으로 대비된다. 최근엔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이 북-러 정상회담 결과 설명 등을 위해 방한을 추진했지만,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성훈 한국외대 교수(러시아정치)는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원색적으로 비난해 러시아 차관이 한국에 올 명분이 사라져버린 듯하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와 북한 군사 거래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러 관계 악화와 북·러 밀착이 얽히며 탈냉전 이후 30여년간 축적된 남·북·러 3자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한국으로선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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