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기증 김철호 선생 유지 이은 서중석 이사
1996년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출범하는 데는 두 인물이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1만평의 땅과 5억원의 현금을 기증한 독지가 고 김철호 선생과 그에게서 재단 설립의 유지를 부탁받은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재단 이사)다. 서 교수는 29일 “김 선생님이 개인적으로는 돈을 막 쓰는 것을 한번도 못봤는데, 어느날 선뜻 큰 재산을 내놓으며 좋은 일에 써달라고 해 깜짝 놀랐다”고 재단 설립 과정을 돌이켰다. 서 교수는 “1990년쯤인가, 역사문제연구소에서 내는 <역사비평>에 실린 글을 보고 김 선생님이 나를 찾아왔다”며 “그 뒤 우리 활동에 많은 지원을 하다가 93년쯤 ‘한국전쟁 희생자들의 유골을 수습해 납골당에 모시고 위령제라도 지내는 사업을 하고 싶다’고 제안을 하셨는데, 그게 재단 설립의 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김 선생님은 한국전쟁의 최대 피해지역의 하나인 지리산 노고단이 보이는 구례 지역에 마련해 둔 땅 1만평과 현금 3억원을 먼저 기탁하겠다고 했고, 나는 그렇다면 당시 억울한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던 <한겨레>와 함께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김철호 선생은 이후 95년 재단설립 발의 시점에 현금 2억원을 추가로 기증했으며, 이것이 재단 설립의 주춧돌이 됐다.
서 교수는 “김 선생님은 중국 대련에서 일본인 중학교를 나와 선원생활을 거쳐 사업을 한 분이셨다”며 “나중에 1947년 자료에서 직업이 선원인 김철호라는 분이 좌우합작 운동을 했다는 기록을 봤지만, 돌아가신 뒤라서 확인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술을 좋아하셨지만, 늘 감자탕집을 갔지 비싼 술을 들지 않으셨어요. 그렇게 모은 돈을 내면서도 절대 자기 이름은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하시더군요. 돌아가셨지만, 지금 재단의 모습을 보면서는 기꺼워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