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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 학술회의
제2주제 : 남남갈등 해결의 길
제2주제 : 남남갈등 해결의 길
남북관계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 진영의 대립과 반목을 의미하는 ‘남남 갈등’은 이제 낯선 용어가 아니다. 남남 갈등의 거울을 통해 남북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이것이 다시 남남 갈등을 부추기는 땔감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2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반도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의 오후 주제는 ‘남남 갈등의 해결을 위한 상호이해와 협력 그리고 사회통합을 모색하자’는 것이었다. 남북 갈등을 주제로 한 오전 회의와 마찬가지로 주최쪽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각각 진보와 보수를 대변하는 발제자로 정하고, 토론자들 역시 진보-보수로 양분했다. 그럼에도 첨예한 대립보다는 대안 모색의 관점에서 ‘중도적 노선’과 ‘시민 참여’라는 공통의 토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은 성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진보·보수쪽 흑백논리 잘못…중도적 변혁이 갈등 해결책”
‘어디가 중도이며, 어째서 변혁인가’=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남남 갈등의 대치점을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북한 문제’로 꼽은 뒤, ‘중도적 변혁’이라는 노선을 남남 갈등 해결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자유·시장경제 등)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즐겨 들먹이는’ 보수 세력과, 대한민국의 기형적 출발을 문제삼아 국가적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한 일부 진보 진영의 흑백논리를 모두 비판했다. 그는 “한 국가의 정체성은 ‘역사적 정통성’과 ‘현재적 정당성’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것이며, 역사의 진행에 따라 상대적 비중을 달리하기 마련”이라고 전제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많은 국민들의 피땀 어린 노력을 통해 한국 사회가 민주화와 경제발전에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2000년 6월을 기해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통합에 주도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오늘날 한국의 상황은 (과거와)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의 과거 정통성 결함을 근거로 ‘현재적 정통성’까지 부정하는 일부 진보 진영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그는 보수진영 쪽에도 “한반도가 타율적으로 분단된 상태에서, 친일세력이 사회적 우위를 점한 국가로 출발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며 ‘역사적 하자’가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에서도 ‘중도적’ 입장을 견지했다. “남쪽에서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이른바 진보 진영이 유독 북녘 주민이나 탈북 동포들의 인권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이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옳다.” 그는 마찬가지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정녕 진실된 관심이라면 그 표현방식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고 심각해야 한다”고 보수 진영을 꼬집었다.
백 교수는 분단체제가 좀더 나은 체제로 바뀌는 ‘변혁’의 과정에서만 자유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공동체자유주의, 진정한 사회주의 등의 미덕을 포함한 대안적 가치를 실현할 틈새가 확보되며, 이를 위한 대중의 적극적 참여가 가능해진다고 진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가 제시한 전략은 ‘선진화와 통일의 병행’, 좀더 구체적으로는 ‘6·15 공동선언의 화해·협력 및 점진적·단계적 통일 노선’에 근거한 선진화다.
“민족지상주의적 대북정책이 총체적 이념갈등 표면화시켜”
‘상호이해와 협력 그리고 사회통합’=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남남 갈등의 뿌리를 역사적으로 짚어본 뒤, “오랜 기간 잠복해 있던 불안과 불신이 총체적 이념갈등으로 표면화하는 데 기폭제로 작용한 것은 참여정부의 민족지상주의적 대북정책과 ‘자주’를 앞세운 대미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우리의 의사에 반하여 고착돼 버린 민족분단과 남북간 전쟁에서 발단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그는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 ‘민족공조’와 ‘통일’을 지상 가치로 내세우는 것은, 60년간의 역사가 흘렀고 남과 북이 엄연히 다른 두 개의 정치적·역사적 주체로 살아 왔다는 사실을 외면한 복고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자주’를 내세운 참여정부의 대외정책을 비판했다. ‘자주외교’, ‘자주국방’을 유달리 강조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으로 평화적 남북관계는 반미를 전제로만 가능하다는 시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 역시 남북간 평화적 관계 구축을 위한 교류나 지원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다만 그는 “어디까지나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진행시키는 교류며 지원이어야지, 서둘러 담부터 허물고 북쪽의 요구에 무조건 부응하려 하는 것은 의미 없을 뿐 아니라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계했다. 이 교수는 또한 대북 문제에 관한 인식 차이가 참여정부의 다른 모든 개혁과제에 대한 명분마저 비판할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빈부격차를 필연적으로 심화시키는 세계화의 물결 속으로 국민 대다수가 휩쓸려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은 과거청산보다도 훨씬 시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진보 이분법은 부적절…“다름 포용 시민사회로 가야” 합리적 중도·뉴라이트·지식인의 역할=토론자로 나선 나성린(한양대 교수) 선진화국민회의 정책위원장은 “두 발제자가 모두 극단적 좌파와 극단적 우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합리적 좌파와 합리적 우파의 건전한 경쟁과 타협을 촉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그러나 백 교수가 중도를, 이 교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근거한 정책 개발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차이를 지적했다. 조형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도 중도들이 많지만 대개가 좌 혹은 우로 경도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지속적인 소통과 대화를 통해 이들이 유연하고 성숙한 좌우 결합 내지 연대 형태의 중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시민’ 내지 ‘일반국민’의 역량이 그동안 많이 커졌지만 성찰적이고 다름을 포용하는 민주시민, 자정능력을 지닌 시민사회의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지식인들의 역할은 아직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우리의 남남 갈등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과잉 단순화’를 벗어나 섬세하고 입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세화 <한겨레> 시민편집인은 “우리 사회는 상대방을 빨갱이, 우익 꼴통 등으로 규정하는 데 익숙했지, 자신을 규정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뉴라이트의 자기규정은 의미가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뉴라이트가 과거 수구냉전 라이트와 어떤 차이를 두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화 과정에서 얻어낸 남북관계 개선을 부정하고 민주세력에 대항하는 권력지향의 모습을 보일 때 차별성을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호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남남 갈등이 격화되는 것을 ‘최후의 불꽃’에 비유하면서 낙관적인 전망을 피력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둔 이해관계 속에서 갈등이 심화될 여지는 있지만, 진보와 보수 두 진영이 약간이나마 상대방을 이해하고 긍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사례로 보수 진영이 북한의 수해 복구 지원에 앞장선 점과, 진보 진영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점 등을 꼽았다. 이용인 손원제 기자 yyi@hani.co.kr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창립 10돌을 기념한 ‘한반도 평화와 상생을 위한 학술회의’가 열린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코스모스홀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자들의 발표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민족지상주의적 대북정책이 총체적 이념갈등 표면화시켜”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창립 10돌을 기념한 ‘한반도 평화와 상생을 위한 학술회의’가 열린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코스모스홀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자들의 발표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상호이해와 협력 그리고 사회통합’=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남남 갈등의 뿌리를 역사적으로 짚어본 뒤, “오랜 기간 잠복해 있던 불안과 불신이 총체적 이념갈등으로 표면화하는 데 기폭제로 작용한 것은 참여정부의 민족지상주의적 대북정책과 ‘자주’를 앞세운 대미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우리의 의사에 반하여 고착돼 버린 민족분단과 남북간 전쟁에서 발단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그는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 ‘민족공조’와 ‘통일’을 지상 가치로 내세우는 것은, 60년간의 역사가 흘렀고 남과 북이 엄연히 다른 두 개의 정치적·역사적 주체로 살아 왔다는 사실을 외면한 복고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자주’를 내세운 참여정부의 대외정책을 비판했다. ‘자주외교’, ‘자주국방’을 유달리 강조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으로 평화적 남북관계는 반미를 전제로만 가능하다는 시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 역시 남북간 평화적 관계 구축을 위한 교류나 지원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다만 그는 “어디까지나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진행시키는 교류며 지원이어야지, 서둘러 담부터 허물고 북쪽의 요구에 무조건 부응하려 하는 것은 의미 없을 뿐 아니라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계했다. 이 교수는 또한 대북 문제에 관한 인식 차이가 참여정부의 다른 모든 개혁과제에 대한 명분마저 비판할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빈부격차를 필연적으로 심화시키는 세계화의 물결 속으로 국민 대다수가 휩쓸려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은 과거청산보다도 훨씬 시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진보 이분법은 부적절…“다름 포용 시민사회로 가야” 합리적 중도·뉴라이트·지식인의 역할=토론자로 나선 나성린(한양대 교수) 선진화국민회의 정책위원장은 “두 발제자가 모두 극단적 좌파와 극단적 우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합리적 좌파와 합리적 우파의 건전한 경쟁과 타협을 촉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그러나 백 교수가 중도를, 이 교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근거한 정책 개발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차이를 지적했다. 조형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도 중도들이 많지만 대개가 좌 혹은 우로 경도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지속적인 소통과 대화를 통해 이들이 유연하고 성숙한 좌우 결합 내지 연대 형태의 중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시민’ 내지 ‘일반국민’의 역량이 그동안 많이 커졌지만 성찰적이고 다름을 포용하는 민주시민, 자정능력을 지닌 시민사회의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지식인들의 역할은 아직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우리의 남남 갈등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과잉 단순화’를 벗어나 섬세하고 입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세화 <한겨레> 시민편집인은 “우리 사회는 상대방을 빨갱이, 우익 꼴통 등으로 규정하는 데 익숙했지, 자신을 규정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뉴라이트의 자기규정은 의미가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뉴라이트가 과거 수구냉전 라이트와 어떤 차이를 두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화 과정에서 얻어낸 남북관계 개선을 부정하고 민주세력에 대항하는 권력지향의 모습을 보일 때 차별성을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호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남남 갈등이 격화되는 것을 ‘최후의 불꽃’에 비유하면서 낙관적인 전망을 피력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둔 이해관계 속에서 갈등이 심화될 여지는 있지만, 진보와 보수 두 진영이 약간이나마 상대방을 이해하고 긍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사례로 보수 진영이 북한의 수해 복구 지원에 앞장선 점과, 진보 진영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점 등을 꼽았다. 이용인 손원제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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