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전망
금융제재 이견여전…회담 결실 낙관 못해
금융제재 이견여전…회담 결실 낙관 못해
이르면 11월 중 재개될 6자 회담의 핵심은, 지금 조성돼 있는 ‘제재와 협상의 이중적 국면’을 ‘협상이 주도하는 국면’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느냐다. 현재로선 비관적 전망이 더 많다.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는 단순히 회담장의 문턱을 넘어선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일 <중앙통신> 회견 형식을 빌려 ‘조-미 사이에 금융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해결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회담에 나오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밝힌, 금융제재 문제를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은 미국의 기존 입장이다. 금융제재 해제를 ‘전제’로 설정한 북한의 이런 자세는 6자 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한이 이 문제를 다른 문제와 병행해 협의하겠다는 자세로 보기 어렵다.
물론 미국이 유엔 제재 결의 1718호의 틀로 충분하다고 보고,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조사를 종결짓고 긍정적 조처를 취하면 진전은 가능하다. 하지만 6자 회담의 진전은 여전히 금융제재와 연결돼 있다.
6자 회담이 추가 상황악화를 막는 안전장치로 기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쪽에선 제재와 대결, 다른 한쪽에선 불안한 협상이 진행되는 위태로운 이중국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쟁 불사의 위험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지금으로서 달라진 것은 회담을 열기로 했다는 것뿐이다.
1년 전인 2005년 11월 6자회담 5차 1단계 회담은 개막 전부터 결렬을 예고하고 있었다. 북한과 미국이 경수로 제공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데다 미국이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사실상 대북 금융제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회담 참가국들은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회담을 끝냈다.
그 뒤 1년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6자 회담은 재개의 길에 들어섰다. 그동안 6자 회담은 북-미 대결 사이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또 분열됐다. 미·일 대 한·중의 구도다. 일본이 미국보다 앞서 대북 강경정책을 주도했다면, 중국은 대화와 협상을, 한국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등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6자 회담의 재개로 이어가려 했다.
6자의 틀은 북-미의 정면 충돌을 제어할 장치를 갖고 있지 못했다. 이번에 6자 회담을 재개하기로 한 데는 유엔의 제재나 중국의 압력도 작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무조건적 복귀 결정이 가장 근본적인 요소다. 이는 앞으로의 6자 회담 또한 분열과 무기력한 모습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그럼에도 북-미가 다시 6자 회담으로 돌아왔다는 것 자체는 6자 회담의 유용성을 보여준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국장의 표현을 빌린다면 핵실험 전에는 ‘위기 회피’ 전략이었다면, 핵실험 이후 북한과 미국은 모두 ‘위기 활용’ 전략에 나섰다. 미국 쪽에서 보더라도 위기가 없어지면 북한이 핵 국가로 인정받게 되는 상황이 온다. 위기가 높아져야, 긴장을 유지해야, 중국·한국·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을 활용해 포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북한대로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위기를 높여왔다. 따라서 북한이 6자 회담으로 돌아온 것은 ‘위기 활용’ 전략의 수정이다.
위기의 활용이 위기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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