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 소장 및 지그프리드 헤커 전 미국립핵연구소장.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지그프리드 헤커 전 미국립핵연구소 소장,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연구소(CISIC) 연구원은 북한의 핵실험 뒤 미국 전문가로서는 처음으로,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다. 이들은 15일(현지시각)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이 6자회담에서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프리처드 소장은 6자회담 북한 쪽 수석과 차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리근 미국국장이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6자회담에서 논의하고, 위폐와 돈세탁 문제를 논의할 실무그룹을 둔다는 데 미국 쪽과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 사이에 중국이 방코델타아시아의 동결계좌를 풀고, 미국은 이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북한 당국자들이 주장했으나, 중국 관리들은 합의 내용에 대해 다른 의견을 보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 당국자들이 6자회담 복귀 결정이 중국 쪽의 중재에 따른 것이 아니라 독자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북한 핵시설을 수 차례 둘러본 핵물리학자 헤커 전 소장은 북한의 핵실험에 책임있는 전문가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영변 핵시설 연구소 관계자와 중국 핵 전문가 등을 두루 만나 보니 북한의 핵실험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중국에 사전 통보한 4kt과는 달리 실제 폭발 규모가 1kt 정도였던 것과 관련해 “북한이 보다 정교한 핵폭발장치를 설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통제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낮은 폭발력의 장치를 실험한 것이라는 중국 전문가들의 추정이 설득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그동안 무기 6~8개를 만들 수 있는 40~50㎏이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보인다면서 핵실험에 약 6㎏의 플루토늄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26번의 방북 경험이 있는 칼린 연구원은 이번 방북에서 북한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것으로 보인 게 인상적이었으며, 중국이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걸 체감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방북 길에 만난 중국 관리들이 대북 원유공급 중단보도가 사실이 아니며, 앞으로도 석유나 식량 공급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입장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중국 관리들은 대북 지원 중단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북한은 쇠나 철과 같은 체제여서 압박을 가할수록 단단해질 뿐이며, 과거 중국이 핵무기를 개발할 때도 북한처럼 소련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았다”는 점을 들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6일 중국건설은행이 북한의 핵실험 뒤 중단했던 대북 송금업무 가운데 일부를 이번 주부터 재개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이 은행 단둥지점 관계자는 “이번주 초 은행 고위층으로부터 송금을 재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으나 송금이 재개된 부문은 기업에 한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행과 중국공상은행 등 다른 대형은행은 여전히 대북 송금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워싱턴·도쿄/류재훈 박중언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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