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무산 지역의 탄광에서 철광석을 실어나르기 위해 중국제 트럭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 탄광에는 중국 기업이 투자했다. 북한과 오랫동안 사업을 해온 단둥의 사업가가 북한 내 소식통한테서 입수해 제공한 사진이다.
[르포] 북-중 국경지대 경협 활기
북 화폐개혁 성공, 원활한 물자유통 달려
대대적 동북개발 추진, 중국과 경제협력 가속
“식량·생필품 저가 공급…국가통제 경제개발 추진”
북 화폐개혁 성공, 원활한 물자유통 달려
대대적 동북개발 추진, 중국과 경제협력 가속
“식량·생필품 저가 공급…국가통제 경제개발 추진”
이달 초 찾아간 압록강과 두만강의 북-중 국경지대는 중국의 동북진흥 개발과 북한의 경제개혁 움직임이 맞물려 크게 술렁이고 있었다. 북한이 새해부터 중국과 손잡고 이른바 ‘조선식 경제개혁’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이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됐다.
북한을 자주 오가며 고위층들과 교류해온 중국의 한 전문가는 <한겨레> 기자와 만나 “북한이 1월1일 신년 공동사설에서 경제개혁 조처를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이 그동안 준비해온 경제개혁 조처가 지난 10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 뒤 더 앞당겨졌다”고 전했다. 그는 “화폐개혁 뒤 물자 유통이 이뤄지지 않아 물가가 두배씩 오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경제개혁 조처를 내놓으면서 국가가 비축해놓은 식량과 생필품을 저렴하게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북한은 서구나 중국식이 아닌, 국가가 강력히 통제하고 주도하는 ‘조선식 시장경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또다른 소식통도 “북한은 화폐개혁의 성패가 원활한 물자 공급에 달려 있다고 보고 내년 초 개혁개방 조처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특히 중국이 대대적으로 추진중인 동북진흥계획에 의존해 경제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며, 중국과의 국경지대를 경제개발의 중심축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은 최근 중국 두만강 개발의 창구인 지린성 훈춘과 함경북도 나진을 묶어 대규모 국제물류기지로 개발하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옌지(연길)의 전문가는 “북한이 내년부터 한국 국적자를 제외한 모든 외국인이 나진에 무비자로 출입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라며 “북한은 중국 기업들이 나진에 대규모로 투자해 공단을 조성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원자바오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나진특구 개발에 대한 양국 간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나진 특구 지정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나진을 방문해 대외무역 발전을 위한 지시를 내린 것도 이를 위한 준비로 해석된다.
원 총리 방문 당시 중국은 나진항 1호 부두에 대한 30년 이상의 사용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압록강변의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놓이면 북한의 자원과 시장은 중국의 블랙홀 속으로 더욱 깊숙하게 빨려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처럼 중국과 밀착해 경제개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의 역할이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옌지의 소식통은 “북한은 남에게 초청장을 내보내도 남에서 허락을 안 하니 중국밖에 손잡고 의지할 데가 없다고 한다. 북한에 1000만달러 이상 투자한 중국 기업이 100개가 넘지만 한국 내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북한의 한정된 자원과 인력을 놓고 한국과 중국은 경쟁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북한의 물류망이 모두 중국으로 연결되고 나진 특구에 북한 인력이 대거 배치되면 개성공단이 사실상 없어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옌지 단둥/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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