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 “매년 4편”…총리실, 32억 배정
“통일되면 월급 얼마나 오르는지 등 내용
남쪽주도 통일 거부감 풀고 호응하도록”
“통일되면 월급 얼마나 오르는지 등 내용
남쪽주도 통일 거부감 풀고 호응하도록”
정부가 북한 정권 붕괴와 남쪽 주도 통일에 대비해 북쪽 주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 통일체제의 당위성과 효용성을 홍보하는 방송 시리즈를 제작해 방송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위한 수십억원의 예산도 배정했다.
사실상의 ‘흡수 통일’을 대비한 방송 프로그램에 정부 차원의 예산이 책정된 사실이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최근 남쪽 정부가 ‘북한 급변사태 대비 행정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보복 성전’을 경고한 바 있는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의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17일 “통일연구원이 대북 교육·홍보 방송물을 만들어 내보내는 ‘통일대계’ 프로젝트 비용(4년 동안 매년 8억원)을 경제인문사회연구회로부터 확보해 올해부터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통일대계’ 프로젝트는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북한 주민들에게 통일이 가져다줄 ‘좋은 변화’를 교육하고 홍보해서 남쪽 주도 통일에 대한 거부감을 풀고 호응하도록 하려는 의도로 기획됐다”며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들의 월급과 구매력이 얼마나 오르고, 은행은 어떻게 이용하게 되는 것인지 등 실제 생활상의 변화를 생생하게 알리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연구원은 이런 내용의 방송 프로그램을 연간 4편가량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등 남쪽 지상파 방송사와 공동 제작해 올해 가을께부터 내보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참여 방송사에는 편당 5000만원씩의 제작비가 ‘통일대계’ 프로젝트에 배정된 정부 예산에서 지원된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제작물은 기본적으로 남쪽 국민들을 대상으로 방송되는 형식을 띠지만, 현재도 남쪽 방송을 휴전선 너머로 송출하고 있어 북에서도 볼 사람은 다 보고 있는 실정”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최소 생존권도 보장되지 않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통일 이후의 모습을 접할 때 남쪽에 의지하게 되는 심리적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정부가 공공연히 ‘흡수 통일’ 홍보에 나설 경우 북쪽의 거센 반발로 남북관계가 더욱 후퇴할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며 “북쪽에 ‘남쪽이 저런 의사를 갖는 한 핵 포기를 할 수 없다’는 명분을 줘 핵 문제 협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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