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연평도에서 바라본 북쪽 황해남도 강경군 해안가 모습. 해안 절벽에 검은색 사각형 해안포 진지가 드러나 보인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북 ‘발사’ 배경 뭘까
항행금지 선포 이틀만에 NLL 북쪽에 펑 펑 펑
급변계획 대응한 ‘보복성전’ 행동화 경고 담겨
NLL 문제 부각시켜 평화협정 공론화 겨냥도
항행금지 선포 이틀만에 NLL 북쪽에 펑 펑 펑
급변계획 대응한 ‘보복성전’ 행동화 경고 담겨
NLL 문제 부각시켜 평화협정 공론화 겨냥도
북한군은 해마다 서해 5도 이북의 북쪽 해역에서 몇십 차례 해안포 사격 훈련을 해왔다. 그러나 북쪽이 해안포 사격을 하기 전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한 적은 없었다. 이번에는 엔엘엘 이남을 걸치는 구역까지 25일 항행금지를 선포했고, 선포 이틀 만에 곧바로 이 구역 안으로 해안포를 발사했다. 특히 북쪽이 이번처럼 엔엘엘에 근접해 해안포를 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전과 양상이 다른 측면이 있다.
북쪽의 의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속도 조절’ 또는 ‘무시 전략’에 맞대응하는 북한식 저강도 압박 전술로 풀이했다. 북쪽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적극적인 ‘대남 대화 공세’를 펼쳤으나, 이명박 정부는 북핵 문제와 강하게 연계하거나 까다로운 조건을 다는 등의 방식으로 남북 대화에 소극적이었다.
게다가 남쪽 당국의 ‘북한 급변사태 계획 수립’ 사실이나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북핵 공격 징후 때 선제 타격’ 발언 등이 알려지자 북쪽의 대응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보복 성전’을 공표한 지난 15일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이나 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인민군 육해공군 합동 훈련 참관 사실 보도가 대표적이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북쪽의 이번 해안포 사격은 북쪽의 엄포가 ‘빈말’이 아니라 앞으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줘, 압박의 효과를 높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런 시위만으로 신년 공동사설에서 거듭 확인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북쪽의 남북관계 개선 기조가 바뀔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외교 전문가는 “북쪽이 대화 공세만으로는 안 되니까 남쪽 정부의 전반적인 국정운영에서 남북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을 저강도 압박을 통해 높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둘째, 북쪽의 이번 해안포 사격은 엔엘엘 문제를 부각시켜, 이를 평화협정 체결의 필요성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북쪽은 지난해 11월10일 제3차 서해교전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은 뒤, 12월21일 해군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쪽이 정한 서해상 군사분계선 수역을 ‘평시 해상사격 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민군 총참모부도 27일 ‘보도’를 통해 “조선서해 전연(전선) 해상에는 오직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군사분계선만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전쟁 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에선 서해 해상 경계선이 획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서해 엔엘엘에선 세차례에 걸쳐 서해교전이 발생하는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왔다. 따라서 북쪽이 ‘저강도 군사위협’을 통해 ‘서해 평화 정착 없이 한반도 평화체제가 가능하겠느냐’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은 엔엘엘이 분쟁 대상임을 부각시키고 긴장을 조성해 평화체제 논의가 시급하다는 대미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미간 협상 및 북-중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당분간 고강도 전략을 쓰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북쪽이 엔엘엘 북쪽 지역에서만 해안포를 발사한 것은 급격한 긴장 격화를 원치 않는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북한의 ‘제한적 무력시위’가 우발적 충돌로 번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특히 북쪽이 엔엘엘 이남 해역에 포를 쏠 경우, 정부가 해병대 해안포나 공군 전투기로 북쪽 해안포 진지에 대응 공격을 하겠다고 공언한 터라 국지전 성격의 남북교전 발생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용인 권혁철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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