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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바다 속에 아들의 숨소리가… ‘생존 시간’ 지나자 끝내 절망

등록 2010-03-31 13:26수정 2010-03-31 14:01

천안함 침몰로 실종된 승조원의 가족들이 30일 오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내 마련된 숙소에서 근심어린 표정을 지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평택/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천안함 침몰로 실종된 승조원의 가족들이 30일 오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내 마련된 숙소에서 근심어린 표정을 지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평택/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침몰 5일째 실종자 가족 표정
갈수록 지친 모습…한가닥 희망은 놓지 않아
군 무책임·무능력 성토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
언론 추측보도에도 불만 “인터뷰 불응하겠다”
황량한 부대 안으로 바닷바람이 불었다. 부대 안에는 군인들과 취재진들만 분주히 오갔다. 실종자 가족들은 점점 말을 잃어갔다. 아들, 손자, 조카 등을 잃은 남자들의 수염은 며칠새 길게 자라 있었다. 천안함 침몰 5일째인 30일 오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는 고요가 감돌았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실종자들이 살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가족들은 생존가능 시간인 69시간이 훨씬 지나면서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가족들은 대부분 숙소가 마련된 2함대 예비군 교육대 건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들은 숙소에 누워 있거나, 상황실에 삼삼오오 모여 방송을 보며 수색작업 상황을 지켜봤다. 대부분의 가족들이 안보교육관에 모여 한목소리로 정부와 군에 신속한 수색작업과 대책을 요구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실종자 가족 대표들은 이날 오전 9시께 모여 회의를 가졌다. 한 참석자는 이 자리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색 상황과 앞으로의 대책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일부 가족들은 실종자들의 죽음을 거부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실종자 가족 허아무개(50)씨는 “어제까지는 희망이 있었는데, 생존할 수 있는 한계시간을 넘기고 나니 체념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족들은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실종자 손수민(26) 하사의 외삼촌인 전병철(42)씨는 “29일 가라앉은 선미에 산소를 주입했다고 하니 한가닥 희망은 남아 있다”고 밝혔다. 박아무개(34)씨 역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백만분의 일이라도 희망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가장 큰 불만은 사고 수습과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나타난 군의 무책임과 무능력이다. 이들은 “군은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상준(21) 하사의 사촌형 이상훈(47)씨는 “실종자들이 갇혀 있던 선미도 해군이 아닌 어부가 찾고, 사고 초반 천안함 침몰 위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이런 군을 믿고 어떻게 아들들을 군대에 보내겠느냐”고 비통해 했다. 안동엽(23) 상병의 아버지 안시영(58)씨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아들이 군대에 갔지만, 군은 과연 이들에게 해야 할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언론 보도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오후 2시께 임시 가족 대표단은 사령부 안에 있는 취재진들에게 “언론이 이번 사고와 관련한 실상을 정확하게 보도하지 않아 가족들의 상처가 크다”며 “인터뷰 등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식 대표단을 꾸리면 언론에 모든 자료와 입장을 밝히겠다”며 “그때까지 추측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가족들은 “죽었든 살았든 실종자의 신원을 하루빨리 확인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해지는 서쪽 바다 위로 어둠이 스며들었다.


평택/김경욱 이경미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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