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에 회의…가슴속 피눈물 흘려”
‘휴대전화 검열’ 6포병여단 간부의 한탄
“스마트폰 SNS기록까지 조사…제보자 계속 나올수밖에 없다”
‘휴대전화 검열’ 6포병여단 간부의 한탄
“스마트폰 SNS기록까지 조사…제보자 계속 나올수밖에 없다”
“군 생활에 회의가 든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병사들과 동고동락해왔는데,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우리 부대 모든 간부는 가슴속에서 피눈물 흘리고 있다.”
‘나는 꼼수다’(나꼼수) 등을 ‘불온 앱’으로 지정하고, 이 사실을 외부로 알린 제보자 색출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인 6포병여단 한 간부의 말이다. 이 부대는 제보자를 색출한다며 모든 간부(장교 및 부사관)로부터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제출받고, 스마트폰까지 수거해 삭제된 파일들까지 복구해 열람했다.( ☞ <한겨레> 2월22일 보도 바로 가기) 이 간부는 “스마트폰의 카카오톡과 트위터 등 기록까지 조사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간부와의 일문일답.
-문제의 발단부터 설명해달라.
“지난달 말 군단장 지시사항이라며 모든 스마트폰에서 ‘나꼼수’ 등을 삭제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대대장 이하 전 간부가 대상이었다. 에스엔에스(SNS) 내용까지 파악해 보고하라며 보고양식을 첨부했더라.”
-에스엔에스 글도 검열했다는 것인가?
“보고양식을 보면 ‘개인 에스엔에스(트위터, 페이스북) 내 내용 게시’ 항목이 따로 있다. 실제 검열한 부대도 있고, 귀찮으니 그냥 문제없다고 보고하기도 하고 그랬을 것이다.”
-육군에서는 개인 동의를 받았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자발적인 동의였겠나? 거부한 사례는 하나도 없다고 들었다.”
-부대원들 반응은?
“한숨을 쉬면서 그냥 넘기자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단기복무 장교 몇몇은 ‘소송이라도 내자’고 얘기하기도 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불온 앱’ 금지는 적절한 지휘조치라고 강조하는데?
“장관이 그렇게 말을 하니 밑에서는 혹한기 훈련 중인 간부들까지 버스를 동원해 의정부와 동두천 시내까지 실어나르는 코미디가 벌어지는 것이다. (장관이) 실상을 알고 하시는 말인지 모르겠다.”
-어찌됐건 부대 안 이야기를 외부로 알리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나도 군인이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을 했겠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일반 공문 유출은 보안예규 위반이고 기껏해야 경징계다. 이런 사안을 두고 모든 간부의 휴대전화기를 걷어 검열한다? 이게 말이 되나? (이렇게 하면 나 말고도) 제2, 제3의 제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최초 언론 제보자가 색출됐다고 하던데?
“얘기는 들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직속상관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지휘관의 의도대로 열심히 부대 관리에 매진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게 뒤죽박죽돼 버렸다.”
한편, 6포병여단의 제보자 색출을 다룬 <한겨레> 기사와 관련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보도된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며 “당사자가 억울하면 소송을 낼 테니 (제보자 색출) 과정이나 절차가 과한 것인지 여부는 법적으로 판단이 이뤄지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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