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리기로 한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되자 통일부는 침통한 분위기로 가라앉았다. 수석대표의 급이라는 ‘형식’이 당국회담이라는 ‘내용’ 자체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이중적인 성질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항상 장애요소가 있다는 것을 고려해서 차분하고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4시 반께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북한이 우리 쪽이 제시한 대표자 명단에 항의를 했다”고 알렸고, 저녁 7시엔 애초 예정됐던 비공개 브리핑을 취소하고 “상황이 부정적인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까지 털어놓았다. 결국 40여분 만에 통일부는 “12일 회담은 열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통일부는 8시 대변인 명의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12일 회담의 무산 사실과 과정, 원인 등을 설명했다.
청와대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쉽지만 어차피 협상이 진행중이어서 정부로서는 급하게 서둘러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차차 대화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느긋한 표면적 반응과 달리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은 회담 주무부처인 통일부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12일 회담 무산 이후 대책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대표단의 숙소로 예정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은 모든 준비를 끝내고도 결국 손님을 마중할 수 없게 됐다. 객실과 회의장 등의 사전 보안 점검까지 마쳤으나, 12일 회담장과 숙소를 비워두게 됐다. 호텔 주변엔 이미 방송사 중계 차량이 여럿 배치돼 있었으나 이날 밤늦게 모두 철수했다. 애초 12일 회담에는 1500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취재에 나설 예정이었다.
회담의 성공을 손꼽아 기다린 관련 업계는 크게 낙심했다.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남북 경협 재개에 대비한 태스크포스를 꾸린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도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다시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여수 ‘철망 살인 사건’의 범인 잡고보니…
■ 빨간 팬티 벗은 슈퍼맨의 비애
■ A/S하다 음악 지워도…고객에 뻣뻣한 애플
■ 북, 김양건 왜 안 내보냈나
■ [화보] 불길과 연기로 매캐한 이스탄불
■ 여수 ‘철망 살인 사건’의 범인 잡고보니…
■ 빨간 팬티 벗은 슈퍼맨의 비애
■ A/S하다 음악 지워도…고객에 뻣뻣한 애플
■ 북, 김양건 왜 안 내보냈나
■ [화보] 불길과 연기로 매캐한 이스탄불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