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하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고 헬기로 긴급 이송된 귀순 북한병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13일 저녁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 외상소생실에서 수술실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판문점으로 귀순한 북한 병사는 애초 지프를 몰고 남쪽으로 넘어오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자는 14일 “우리 군 경계병들의 증언과 시시티브이(CCTV) 판독 결과, 어제 귀순한 북한군 병사는 애초 판문점 북한 지역 판문각 후방에서 차량을 남쪽으로 몰고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차량은 북한군이 야전용으로 이용하는 지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병사가 남쪽으로 몰고 오던 차량은 판문각 근처에 있는 배수로 턱에 걸려 멈춰섰다. 그러자 이 병사는 곧바로 운전석 문을 박차고 나와 그대로 남쪽으로 내달렸다. 동시에 주변 소초에서 북한군 여러 명이 튀어나와 뒤따르며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판문점 공동관리구역(JSA)을 통제하는 유엔사도 이날 자료를 내어 “북한군 한 명이 군사분계선 인근까지 차량을 통해서 왔다. 이후 그는 차량에서 하차해 계속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도주했으며 도주하는 동안 그는 다른 북한 병사들로부터 총격을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확인했다.
군 당국자는 이날 북한군이 어떤 총으로 총격했는지에 대해 “유엔사 관할지역이어서 유엔사 군사정전위 조사를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며 언급을 꺼렸다. 그러나 규정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엔 권총 이외에 소총 등은 소지할 수 없다. 우리 쪽 경계병들도 권총만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이 쏜 총의 종류도 권총이었을 개연성이 크다.
귀순 북한 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 지역으로 들어선 뒤에도 북한군들이 총격을 계속 가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군 당국자는 “우리 쪽 지역에 북한군이 쏜 총탄의 탄흔이 얼마나 있는지 등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시 군사분계선을 넘은 귀순 병사는 군사분계선 남쪽 50m 떨어진 곳에 피를 흘리며 쓰려졌고, 남쪽 경계병들은 북한군의 총격이 멈춘 뒤 이 병사에게 낮은 포복으로 접근해 우리 쪽 구역 ‘자유의 집’ 뒤편 안전한 지역으로 끌어왔다. 당시 이 귀순 병사는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자는 “후송될 때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이 귀순 북한 병사는 아주대병원에서 중증외상치료 전문의인 이국종 교수에 의해 1차 수술을 받았으나 총상이 심해 상태를 낙관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자는 “의료진에 따르면 ‘북한군의 무차별 사격으로 허파 등 장기 손상이 심하다. 수 발의 총격을 받았다. 아직 의식을 찾진 못하고 있고,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남으로 내려오는 사례는 해마다 발생하지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월남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1967년 3월 북한 <중앙통신> 부사장이던 이수근이 남북 군사정전위원회 취재 차 판문점에 왔다가 북한 경비병의 총격을 뚫고 남쪽으로 넘어온 적이 있다. 또 1998년 2월엔 북한군 변용관 상위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으로 귀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007년 9월에도 북한군 병사가 판문점을 넘어온 적이 있으나 언론에 공개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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