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1일 저녁(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이긴 뒤 금메달을 받기 위해 시상대에 올라 환호하고 있다. 보고르/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지만, 1위 입상자 병역 면제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에 대해 병무청은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를 전체적으로 다시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3일 밝혔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이날 “최근 논란을 보고 병역특례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고 느끼고 있다. 체육·예술 병역특례를 전체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병무청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거나 외부 용역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 청장은 또 “앞으로 병역 자원이 감소하기 때문에 (전투병이 아닌 전투경찰이나 소방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전환복무 등도 폐지된다. 우선 병역특례 기준을 엄격히 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기 청장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국방부는 곧바로 입장을 내어 “(기 청장의 발언은) 병역 의무의 형평성 등과 관련한 병무청의 원론적인 입장으로, 예술·체육요원 제도와 관련해 현재 (엄격히 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하면서도 “예술·체육요원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하여는 향후 병무청과 관계기관 등의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재검토 여지는 열어놓았다. 국방부 당국자는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전환복무나 대체복무 등을 포함한 병역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당장 대상자가 몇 안 되는 예술·체육요원 제도만 손보긴 어렵고, 이렇게 중장기적으로 병역제도 전반을 재설계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병역법 33조의 7과 병역법 시행령 68조 등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는 체육요원으로, △국제 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국내 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중요무형문화재 전수교육 이수자 등은 예술요원으로 편입된다. 이들은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만 받고 사회에 나와 체육 및 예술 분야에서 34개월간 근무하며 특기활용 봉사활동을 544시간 하는 것으로 병역을 마치게 된다. 사실상 병역 면제인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모두 42명이 병역 면제 대상이다. 단체전은 단 1분이라도 뛰었으면 해당된다.
한국 이정후(맨 왼쪽)가 지난달 28일 낮(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한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2번의 홈런을 치며 승리를 이끈 뒤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자카르타/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선수들의 병역 면제는 매번 논란이 됐다. 대상은 주로 축구와 야구 등 프로선수들이다. 야구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 나지완(기아 타이거즈)이 부상을 숨기고 대표팀에 선발된 뒤 병역 면제를 받아 비난을 받았고, 이번에는 지난해 상무 입대를 포기한 오지환(엘지 트윈스)이 대표팀에 발탁돼 논란이 일었다. 이번에 병역 면제를 받은 야구 선수는 대표팀 24명 중 9명이다. 축구 대표팀은 야구보다는 덜 비난을 받았으나 손흥민(토트넘), 황의조(감바 오사카) 등 20명 전원이 병역 혜택을 받는다.
활동 기간이 길어야 30대 중·후반까지인 선수들은 병역 문제에 아주 민감하다. 그러나 한차례 성적으로 병역이 면제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체육계에서도 개선 필요성이 거론된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2일 아시안게임 대표팀 해단식에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까지 포함해 성적에 따라 마일리지를 많이 쌓은 선수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점수 누적제)이 어떨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예 병역특례 제도를 없애고 군 복무기간을 은퇴 이후까지 연기해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3일 <한겨레> 기고에서 “35살이나 40살까지 넉넉하게 연기시켜주고 그 이후에 병역을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들이 정말 잘할 수 있는 일로 사회봉사를 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썼다.
예술요원이 순수예술에만 적용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바이올린, 피아노 같은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 하면 병역특례를 주는데 빌보드 차트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다”며 방탄소년단(BTS)의 군 면제 여론을 거론한 바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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