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거둔 성과는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바이든 대통령의 “남북협력 지지”를 공동성명에 명기해 ‘남북관계의 자율적 공간’을 확보한 일이다. ‘판문점 선언’은 ‘문재인-김정은 협력’의 청사진이자 밑그림이라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판문점 선언 존중’ 선언은 의미가 크다.
문제는 이런 성과가 남북협력의 의미 있는 진전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공동성명에는 “남북협력 지지” 외에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 북이 바라는 ‘대북 제재 해제’에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 기후변화, 인도주의 등 분야에서 남북협력을 추진해갈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 연설에서 “방역협력, 인도주의협력, 개별관광”을 “비본질적 문제”라고 규정하고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어나가려는 입장과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첨단 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 중지”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 여부와 관련한 실마리는 제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한·미 정상의 명확한 ‘대북 관여’ 기조 천명에도, 김 위원장이 즉각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 ‘성과’에도 불구하고,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 결렬 여파로 수렁에 빠진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동력이 마련되기는 어려우리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그럼에도 미 정부가 향후 남북협력과 관련한 한-미 협의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는 남북 및 북-미 관계 풍향계가 될 수 있다. ‘남·북·미 백신 협력’이 남북관계 개선 마중물 구실을 할 수도 있다. 지난 2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한 ‘김여정 담화’ 이후 북쪽이 ‘침묵’을 유지하며 추가 대남 비판을 하지 않고 있는 대목도 나쁘지 않은 신호다.
이제훈 선임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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