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회원들과 시민들이 지난해 10월20일 저녁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 설치한 ‘공군 고 이예람 중사 시민 분향소’에서 이 중사의 부모가 영정사진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고 이예람 공군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장아무개 중사한테 군사법원 2심 재판부가 1심보다 2년이 적은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유족들은 판결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14일 강제추행치상, 특가법상 보복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공군 장 중사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중사의 사망 책임을 전적으로 장 중사에게 돌릴 수 없다면서 징역 9년을 선고한 1심의 형을 깎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는 상급자들에게 피고인의 범행을 보고했음에도 되레 은폐·합의를 종용받았고, 가족 외엔 군내에서 제대로 도움받지 못하는 등 마땅히 받아야 할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고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는 등 정신적 고통이 이어졌다. 이런 사태가 피해자 극단적 선택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며 “극단적 선택의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 책임으로만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앞서 군 검찰은 지난해 10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장 중사가 고 이 중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메시지 등을 보낸 것을 보복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고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지난해 12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사과 행동’이었다는 장 중사 쪽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9년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이날 “사과문자를 보낸 점을 구체적 해악 고지로 볼 수 없고, 이후 피고인이 해악을 끼치는 행위를 했다는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1심 재판부와 판단을 같이 했다.
재판을 방청하던 유족들은 격하게 항의했다. 고 이 중사의 아버지는 “국민의 아들딸들이 군사법원에 의해 죽어갔던 거다. 그래서 군사법원을 없애고 민간법원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이 중사의 어머니는 과호흡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군 검찰이 2심에 불복해 항소하면 군사법원이 아닌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열린다.
이날 군인권센터는 성명서를 내어 “군사법원법 개정에 따라 7월1일 고등군사법원은 폐지되는데도 굳이 고등군사법원에서 판결하겠다고 붙들고 있더니, 결국 가해자 봐주기로 항소심을 마무리했다”며 “이 중사 사건으로 말미암아 조직이 사라지니 고인과 유가족에게 보복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저녁 자리에서 선임인 장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피해를 호소하다가, 동료·상관의 회유와 압박 등에 시달린 끝에 같은 해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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