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용기 10여대를 동원해 서·동부 비행금지구역 인근까지 접근해 위협 비행한 데 이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4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잇단 무력 시위로 정부·여당에서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주장하는 강경론이 제기되자, 미국 쪽에서 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16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북쪽이 9·19 합의를 위반하더라도 남쪽이 이를 선제적으로 파기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 방송에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어어간 뒤 결국 대화를 재개하자는 한-미 당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비록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지만 9·19 합의에는 여러 중요한 조항들이 담겨 있으며, 이를 유지하는 것이 향후 대화 국면에서 한국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19일 발표된 평양 남북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남북은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비행금지구역 △포병사격·야외기동훈련 금지구역 △완충수역 설정 등에 합의한 바 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국장도 “(북쪽이 합의를 위반하더라도) 이를 유지함으로써 한국은 도덕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합의가 유지돼 있으면, 북한이 향후 무력 시위 국면에서 벗어났을 때 이를 다시 준수함으로써 한반도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쪽의 합의 위반을 이유로 남쪽이 이를 파기한다면 상황만 악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한·미정책 국장은 “한국이 먼저 9·19 합의를 파기한다면, 이미 합의를 어기고 있는 북한이 훨씬 심각한 방식으로 대놓고 군사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는 “합의 파기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방송에 “9·19 합의를 파기하는 것은 분노를 표출하는 것일 뿐 아무런 실질적 의미가 없다”며 “결국 얻는 것은 없고, 문제는 부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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