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외교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언제’, ‘어디서’ 만날까요?

등록 2021-03-10 09:02수정 2021-03-10 10:00

정치 BAR_길윤형의 알고 싶어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지난 1월20일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외교 행보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민주주의·인권 등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들과 관계를 강화해 산적한 외교 현안에 대응하려는 모습이 명확히 관찰됩니다.

미국 외교의 수장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3일 바이든 행정부의 향후 외교 정책 방향을 제시한 ‘미국을 위한 대외 정책’이라는 제목의 외교 연설을 했고, 백악관은 같은 날 새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의 기본 구상을 밝힌 ‘국가안보전략지침’을 내놨습니다. 이 문서를 보면 중국에 대해 경제·기술 등의 여러 면에서 “국제 질서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경쟁국”이라 밝혔습니다. 이런 연설과 문서들이 가리키는 방향 역시 명확합니다. 미국에 도전할만한 유일한 역량을 가진 경쟁자인 중국에 동맹국들과 힘을 합쳐 맞서겠다는 것입니다.

동맹이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어깨를 맞걸고 함께 싸우자고 결의한 관계를 뜻합니다. 그렇기에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경쟁자인 중국에 맞서 힘을 합치자고 한다면, 말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악수를 하고, 침 튀기는 치열한 토론 끝에 뜻을 모아 다시 한번 굳게 결의를 다져야 합니다. 아무리 코로나19 위기로 전 세계가 홍역을 앓고 있고, 화상 회의가 보편화했다 해도 인간에겐 ‘대면 회담’이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한-미 양국의 대면 정상회담은 언제 이뤄질 수 있을까요?

이를 따져보려면 생각할 것들이 많습니다.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격식과 순서입니다. 중요 외교 사안이 있으면 1차로 실무자 단계에서 협의하고, 여기서 의견이 모이면 윗단계로 회담의 격이 올라갑니다. 이런 과정 끝에 양국의 의견이 공통된 합의점을 찾았다면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외교장관 회담, 때로는 정상회담을 하게 됩니다.

문재인 정부에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2022년 5월 끝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 시점은 정부가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새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선 “한-일 등 동맹국들과 협의해가며 재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습니다. 한-미 간 긴밀한 의사소통을 통해 한국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다양한 수준(레벨)에서 밀도 높은 의사소통을 해왔습니다. 이런 내용을 언론이 하나하나, 꼬치꼬치 보도하고 있진 않지만, 외교부는 양국 간 전화통화, 화상회담이 이뤄질 때마다 짤막한 보도자료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를 보면 정의용 장관과 블링컨 국무장관(2월12일),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차관보 대행(2월10일), 고윤주 북미국장과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2월8일, 3월2일) 등이 소통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와 별도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당국이 자료를 내놓지 않는 소통도 많을 거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통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월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통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그렇다면 한-미 정상 간 대면 회담은 언제 이뤄질까요. 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관례적으로 그에 앞서 외교장관 회담을 합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언론들이 4일 흥미로운 보도를 내놨습니다.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15일부터 17일까지 일본을 방문하는 쪽으로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는 보도였습니다. 미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함께 움직인다는 것은 우리가 보통 ‘2+2’라고 부르는 안보협의위원회를 연다는 의미입니다. 2+2 회의는 동맹국 혹은 그에 준하는 국가들이 외교와 안보에 대한 여러 현안을 심도 깊게 논의하는 회의입니다. 하지만 동맹을 경시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는 이 회의가 잘 열리지 않았습니다. 2+2 회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자세를 보여주는 하나의 ‘징표’입니다.

4일 오후 이 보도를 확인한 한국 기자들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미국의 신임 국무장관·국방장관이 일본을 찾는다면 한국을 함께 방문하는 것이 상식적 동선이기 때문입니다. 밤새 청와대·외교부에 전화를 돌린 기자들은 “아직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을 확인합니다. 이를 토대로 언론들은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장관이 17~19일 한국을 방문해 2+2 회의를 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합니다. 미국의 신임 국무장관·국방장관이 유럽이 아닌 아시아의 핵심 두 동맹인 일본과 한국을 가장 먼저 찾는다는 것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한-미 정상회담은 언제 열릴까요?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흥미로운 보도가 나왔습니다. 미국 언론 <액시오스>는 7일 바이든 대통령이 4월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백악관으로 초대하는 쪽으로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가 나오자 일본 기자들은 매일 총리관저에서 오전·오후 두번씩 열리는 관방장관 기자회견에서 관련 내용을 묻게 됩니다. 이에 대해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가능한 빠른 시기로 조정하고 싶다. 구체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미국의 반응도 같았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8일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일본의 카운터 파트(스가 총리)와 만나기를 희망해 왔다고 오래 전부터 밝혀왔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회담이 확정되진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4월 미국 방문 가능성을 언급한 <아사히신문> 9일치 기사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4월 미국 방문 가능성을 언급한 <아사히신문> 9일치 기사
“확정된 일정이 없다”고 했을 뿐 회담 추진 자체를 부인한 것은 아닙니다. 이 경우 기자들은 대개 보도가 나온 그런 선에서 양국 정부 간 의견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받아들입니다. <아사히신문> 워싱턴 특파원의 생각도 비슷했나 봅니다. <아사히신문>은 9일치 4면 하단에 “실현된다면, 바이든 정권이 1월 발족한 후 대면으로 회의를 여는 첫 외국 정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선례를 보면, 일본 총리는 새로 선출된 미국의 새 대통령과 통상 2~3월, 한국 대통령은 5~6월께 첫 정상회담을 해왔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애초 2월 말 정도를 목표로 미국에 첫 회담 일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의 상황을 고려해 미국 정부가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로 일정을 늦춘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이 제시한 4월은 코로나19와 백신 접종 등의 상황을 두루 고려할 때 미국이 제시할 수 있었던 ‘가장 빠른’ 일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일정은 어떻게 될까요. 문 대통령도 지난 1월 새해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미국과 의사소통을 서두르고 싶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자신들의 대중 견제 전략과 이를 위한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 등 4개국이 모인 안보 협의체인 ‘쿼드’ 구상에 적극 협력하는 일본을 더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미보다 미-일 정상회담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지난 경험을 살펴봐도, 2000년 이후 일본 총리보다 한국 대통령이 먼저 새 미국 대통령을 만난 선례는 딱 한번 밖에 없습니다. 그 주인공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하던 햇볕정책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 회담 일정을 3월 초로 앞당겼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검토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이 회담은 사상 최악의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2017년 7월1일치 <한겨레> 기사. 문재인 대통령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17년 7월1일치 <한겨레> 기사. 문재인 대통령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루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첫 방미는 스가 총리의 방미가 이뤄진 뒤인 4월 말~5월 정도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문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스가 총리보다 ‘그리 늦지 않는 시점’에 잡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참고가 되는 일정은 두개입니다.

먼저,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세계기후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처음 대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회의는 지구의 날인 4월22일에 맞춰 화상으로 열립니다. 또 문 대통령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로부터 올해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초청 받은 상황입니다. 이 만남은 6월11일부터 13일까지 영국 콘웰에서 열립니다.

앞으로 관전 포인트는 문 대통령이 늦어도 5월께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단독 회담에 나설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미국 쪽 일정이 여의치 않다면, 백악관은 ‘6월 초에 영국에서 만날 테니 그때 대면 회담을 하자’고 제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이렇게 일정이 정해지면, 미국은 외교 전략상 일본의 중요성을 한국보다 더 높게 여긴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워싱턴에서 만날까요, 콘웰에서 만날까요? 이런 사소해 보이는 일정 하나가 그 나라의 외교가 지금 어느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지표가 될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측을 한다면 역시 워싱턴이 아닐까 합니다. 한-미 동맹 역시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을 떠받치는 핵심축(linchpin)이라 부르는 매우 중요한 동맹입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김건희 활동 중단 등 요구에 침묵한 윤…회동 결국 빈손 1.

김건희 활동 중단 등 요구에 침묵한 윤…회동 결국 빈손

한동훈, ‘김건희 의혹’ 강제조사 못하는 ‘특별감찰관’ 내놔 [영상] 2.

한동훈, ‘김건희 의혹’ 강제조사 못하는 ‘특별감찰관’ 내놔 [영상]

강혜경 ‘명태균 명단’ 공개…전현직 정치인 27명 3.

강혜경 ‘명태균 명단’ 공개…전현직 정치인 27명

친한계 “공 용산에 던졌다, 그게 무서운 것”…당 혼란 커질 듯 4.

친한계 “공 용산에 던졌다, 그게 무서운 것”…당 혼란 커질 듯

“명태균, 김건희 여사한테 돈 꼭 받아오겠다 말해” 5.

“명태균, 김건희 여사한테 돈 꼭 받아오겠다 말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