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각)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나온 한-미 공동성명에서 처음으로 대만 문제를 언급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지난 21일(현지시각) 공개된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사상 최초로 대만을 언급한 것에 대해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명을 시도하며 논란의 조기 차단에 나섰다. 미-일 정상의 공동성명과 달리 “중국을 적나라하게 적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23일 오후 <한국방송>과 24일 오전 <교통방송>(TBS)에 연속으로 출연해 “미국과 일본이 맺은 미-일 정상 공동성명문에는 중국을 적나라하게 적시했지만, (한-미 문서에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일반론적인 문장만 담았다. 중국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이 중국을 적시하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이어 “우리 수출입의 90% 이상이 남중국해, 대만 해협을 통과한다. 그렇다면 그쪽의 안정과 평화가 우리 국익과도 직결된다. 이는 일반론적이고 규범적인 언급”이라고 말했다.
이 설명대로 21일 한-미 문서와 지난달 16일 미-일 문서를 비교해 보면, 중국과 거리두기에서 ‘적잖은 온도 차’를 감지할 수 있다. 한국은 문서 전체에서 중국이란 국명을 한 번도 거론하지 않으며 중국을 배려하려 애썼다. 하지만, 동시에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는 표현인 “규범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 강조” 등의 문구에 동의하며, 한국이 미국의 대중 전략에 보조를 맞추고 있음도 분명히 했다.
특히, 한국이 한-미 공동문서에 대만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데다, 이 행위 자체가 중국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핵심적 이익으로 규정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중국의 반발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만 외교부는 성명이 공개된 뒤 트위터를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21일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대만을 언급해 준 사실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는 대만 외교부 트위터 메시지.
균형 유지에 부심한 한국과 달리, 미-일은 중국에 별도로 한 문단을 할애해 다섯 번이나 중국을 직접 언급하는 등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태도를 보였다. 두 나라는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에 합치하지 않는 중국의 행동에 대해 우려를 공유했다”, “중국의 불법적 해양권익에 관한 주장과 활동에 대한 반대를 다시금 표명한다”는 표현으로 중국을 압박했다. 대만 문제와 더불어 중국이 외국의 간섭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히는 핵심적 이익인 홍콩과 신장 위구르의 인권 문제까지 거론하며 “심각한 우려를 공유한다”고 밝혔다. 이 성명이 나온 뒤 주미·주일 중국 대사관은 17일 각각 입장문을 내 “강한 불만을 표명하며, 단호히 반대한다. 중국은 반드시 국가 주권, 안전, 발전의 권리를 단호히 지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후 일본에선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한 이상 미-일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대만 유사사태에 대비해 공동 작전계획을 검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성명이 나온 직후인 지난달 20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대만 유사사태와 관련해 “미-일 동맹의 억지력, 대처력을 부단히 강화해 가겠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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