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오는 30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야당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언론중재법이 이날 본회의에 상정되면,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는 여당을 상대로 토론을 벌여 ‘입법 독주’를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언론을 통제·검열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법안”이라며 “법안 통과를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 무제한 토론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김여정 하명법’인 대북전단 금지법이 그랬듯, 이 법 역시 반인권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겨줄 것”이라며 “국내 비영리 인권단체들이 국제 인권 규범 위반을 우려하는 진정서를 유엔에 전달했으며, 국제기자연맹과 국경없는기자회 같은 국제언론단체에서도 반대입장을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검토 중인 필리버스터는 법안 처리를 지연시킬 순 있지만 저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오는 30일 오후 본회의가 시작돼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대 토론을 시작한다 해도 이튿날인 31일 8월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무제한 토론은 종결된다. 9월1일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본회의에서 바로 표결 처리를 할 수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런 규정 때문에 무제한 토론이 실효성 없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으나, 당 지도부는 토론을 통해 ‘거대 여당’의 독주를 부각하고, 반대 여론을 모으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에 맞서 전원위원회 소집 카드를 꺼냈다. 전원위원회는 본회의 상정 전·후에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열 수 있다. 전원위원회가 열리면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해 국회 상임위처럼 정부 관계자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고, 법안을 수정해 의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민주당은 야당이 신청할 무제한 토론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언론중재법의 필요성을 알릴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 지도부를 포함해) 저와 당내 많은 의원이 발언에 나설 것”이라며 “국민의힘에서 상황을 만들면 민주당도 이를 활용하겠다”고 했다. 김미나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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