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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등록 2021-10-09 08:59수정 2021-10-09 09:49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손바닥에 적힌 ‘임금 왕(王) 자’를 둘러싼 논란이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에 당혹스러운 건 누구보다 윤 전 총장 쪽일 겁니다. 단발성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일이 이렇게 큰 논란으로 증폭된 것은 그럴 만한 요인들이 있어서이기 때문입니다. 그 요인들이 제대로 해소되지 못한다면 논란의 끝도, 논란이 미칠 영향도 쉬이 예단하기 어렵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 전 총장 손바닥 ‘왕 자’ 논란은 어쩌다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자칫 대하드라마가 될지도 모를 처지가 됐을까요. 이제부터 그 사정을 짚어볼까 합니다.

해프닝인가 했더니 ‘대하드라마’

첫째, 게임적 요소(재미)와 풍자적 요소(비판)의 결합입니다. 재미와 비판이 만나면 흥행 요소를 완벽히 갖춘 셈이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대박을 친 요인도 거칠게 정리하면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임금 왕 자’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 2일부텁니다. 하루 앞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4차 TV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 손바닥에 검은색 선들이 가로 세로로 그어져 있었는데, 눈 밝은 누리꾼들이 이를 놓치지 않은 겁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회자가 되는가 싶더니, 누리꾼들이 놀이를 하듯이 손에 왕자를 새긴 인증샷을 올리며 본격적으로 희화화합니다. 가수 이승환씨 같은 이도 SNS에 인증샷을 올렸더군요.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자기 손바닥에 직선 획 네 개만 가로 세로로 긋고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면 완성됩니다. 참 쉽죠. 임금 왕 자보다 획이 많고 복잡한 글자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가령 황제(皇帝)였으면 풍자를 하려 해도 꽤나 번거롭지 않을까요. 가수 이승환씨도 귀찮아서 포기했을지 모릅니다.

둘째, 의외성, 더 구체적으로는 ‘어처구니없음’입니다. 간단한 획도 획이지만, 그것을 비롯해서 이런 흥행이 가능했던 핵심 경쟁력은 역시나 원본 텍스트 자체에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저는 어려서 간절히 갖고 싶은 장난감 이름을 손바닥에 적어본 기억이 있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며 수많은 국민이 지켜보는 TV 토론회에 나온 이의 손바닥에, 다른 글자도 아닌 ‘임금 왕 자’가 버젓이 적혀 있을 거라고 전들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의외성’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단순한 의외성은 아닙니다. ‘어처구니없음’입니다.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것 말입니다. ‘어처구니없음’이야말로 풍자하기에 가장 적합한 속성이죠. 풍자라는 게 심각하지 않게 상대를 비트는 표현 양식이니까요. 텍스트가 심각하다면, 비판도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상대가 사뭇 공격적인 말투와 분위기로 위협한다면 침묵을 하거나 정색하고 반격을 해야 합니다. 놀이처럼 동시다발적인 연쇄반응이 일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풍자는 가볍기만 할까요? 아닙니다. 그 안에는 쓰디쓴 비판이 들어 있습니다. 약의 표면에 달콤한 당분을 입힌 당의정 같은 거죠.

‘임금 왕 자’가 품고 있는 맥락적 진실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셋째, ‘임금 왕 자’가 품고 있는 묵직한 콘텍스트입니다. 영어를 써서 죄송합니다만, 여기서는 콘텍스트를 ‘맥락적 진실’ 정도로 정의하겠습니다. 처음에 논란이 일자 윤석열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가십성 성격이다.” 윤석열 캠프의 무의식적인 희망이 실린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십 안에는 정치적인 콘텍스트는 희박합니다. 가십이었으면 누리꾼들도 ‘허무 개그’로 반응했겠죠.

그러나 풍자가 일어난 겁니다. 풍자는 허무 개그가 아니죠. ‘개그 같은 다큐’라고 할까요. 맥락적 진실이 담겨 있는 겁니다. 그것에 대한 즉자적 반응이 바로 ‘어처구니없음’이었던 거고요.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많은 이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을 농단한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떠올렸습니다. 당시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술사 노릇을 했고, ‘임금 왕 자’에도 주술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건 이미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는 이때에 삼국시대는 물론이고, 더 거슬러 올라가, 왕궁에 신녀가 거주하던 부여, 옥저, 동예 같은 시대에나 있었던 절대권력 통치 방식이 떠오릅니다.

다만 이 얘기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주술 사랑’도 방법만 다를 뿐이지, 선조들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 말입니다. 정치인 아무개가 역술인 아무개를 찾아가서 자신의 대권 가능성과 비책을 들었다더라는 둥의 얘기는 대단한 비밀도 아닙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출마를 앞두고 선친의 묘를 이장한 사실은 제가 당사자에게 직접 듣기도 했습니다.

유독 그의 주변에 많은 스승, 역술인, 관상가‘들’

그런데 윤 전 총장의 경우, 이번 대선에 나선 다른 주자들과 달리 유독 주변에서 거론되는 역술인들이 많아 입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천공 스승, 지장 스님, 노병한 관상가…. 한 사람 더 있죠. 무정 스님.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먼저 ‘천공 스승’. <조선일보> 기자 출신 최보식씨가 지난 3월 인터뷰를 한 인물인데요. 당시 인터뷰에서 천공 스승은 자신을 윤 전 총장의 멘토라고 주장했습니다. “윤 전 총장이 고비 때마다 내게 물으면 답해주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내 공부를 하는 사람이니까 좀 도와준다. 지금도 돕고 있다.” 천공 스승은 윤 전 총장과의 인연에 대해 박영수 특검에서 최순실 관련 수사를 할 때 부인인 김건희씨의 소개로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과 자주 전화를 하며 열흘에 한번쯤 직접 만난다고도 했습니다.

‘지장 스님’은 유승민 전 의원이 제보를 받고 TV 토론회에서 물어봤는데요. 윤 전 총장은 “모르고 만난 적 없다”고 답했습니다.

‘노병한 관상가’는 지난 8월 윤 전 총장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식사를 할 때 동석한 인물입니다. 윤 전 총장은 노 관상가에 대해 “딱 한번 봤다. 식사하러 갔더니 거기 나오셨더라”고 말했습니다.

정치권까지 가세한 풍자, 유승민과는 삿대질

윤석열 전 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토론회 뒤에 ‘역술인 논란’을 놓고 삿대질까지 하며 격한 말다툼까지 했다고 합니다. 토론회가 끝나자 윤 전 총장이 유 전 의원에게 달려가듯이 가서 “왜 미신 같은 얘기를 하느냐”며 거칠게 항의하자, 유 전 의원이 “언론에도 나왔다. 당신이 뭔데 이래라저래라 하나”라며 맞섰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이 손가락으로 유 전 의원 가슴 쪽을 두차례 밀었다는 주장도 유승민 캠프 쪽에서 나왔습니다.

반면 윤석열 캠프는 “유승민 후보의 가슴팍을 밀었다는 등의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윤 후보가 유 후보에게 ‘선배님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악수를 하면서 ‘아까 말씀하신 분들 중에 천공이라는 분은 강의 동영상이 많으니 한번 보시면 어떤 분인지 알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유 후보가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악수한 손을 뿌리치고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3년 전인 2018년 11월에도 윤 전 총장은 역술인과 관련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전 총장이 서울 인사동의 한 술집에서 중앙일보 사주인 홍석현 회장과 만났을 때, 홍 회장이 유명 역술인을 데리고 나와 많은 말들을 낳았습니다.

끝으로 무정 스님. 윤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씨의 혼사에 등장하죠. 두 사람을 소개시켜줬다는 겁니다. 무정 스님은 옛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과 관련돼서 무성한 뒷얘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다시보기 ▶ [단독] 윤석열, 2011년 삼부토건서 골프접대·향응·선물 받은 정황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04043.html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제 윤 전 총장 손바닥 ‘임금 왕 자’에 대한 풍자는 누리꾼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가세하고 있습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6일 <KBS> 라디오의 ‘주진우 라이브’에 나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가 보니까 2차부터 ‘왕 자’를 썼다 이렇게 나오는데, 하여튼 ‘왕 자’를 쓰고 나서부터 토론이 좀 나아졌다. 그게 효과가 있더라.” 대화의 맞상대였던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그게 ‘왕’의 힘이냐” “효험이 있는 것이냐”고 다시 물으니까, 김 의원이 이렇게 받습니다. “효험이 있다. 오늘 내가 ‘왕’을 안 써서 대화에서 자꾸 이렇게 밀린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치열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윤 전 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정색하고 싸울 때, 다른 한쪽에서는 이렇게 우스개를 주고받습니다. ‘임금 왕 자’의 두 얼굴 같습니다.

‘비하 발언’에 어른거리는 ‘왕의 그림자’

지금까지 세가지 요인을 짚어봤는데요. 한가지 요인을 마저 짚어보겠습니다. 윤 전 총장의 흔들림 없는 계통과 일관성,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넷째 요인이자 가장 핵심적인 요인입니다. 맥락적 진실이라는 것도 그 계통과 일관성에서 나온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왜 하필 왕이냐? 물론 획이 간단해서는 아닐 겁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봉건주의 시대의 ‘왕’이 가당키나 한가, 이런 문제제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 범주 안에 드는 나라 가운데서도 왕이라는 존재가 있죠. 일본, 영국, 그리고 유럽의 여러 나라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상징적 존재일 뿐입니다. 윤 전 총장 손바닥의 ‘왕’도 나루히토 일본 국왕이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국왕 같은 걸 의미할까요?

윤 전 총장 손바닥의 ‘왕’은 곧 ‘대통령’입니다. 그냥 대통령도 아닙니다. 그 자신이 썼든, 역술인이 썼든, 윤 전 총장 해명대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지자가 썼든, 어느 것이 사실이든 상관없이 손바닥의 왕이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개그’가 ‘다큐’가 될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그 지점입니다. 대통령은 대통령인데 제왕적 대통령…, 삼권분립의 정치체제에서 대통령이 상대적 우위에 선 제도를 가리키는 정도가 아니라, 대통령이라고 쓰고 왕이라고 읽는 정신세계가 투사된 글자라고 보는 건 지나친 해석일까요?

국민의힘 안에서도 ‘1일 1망언’이라는 비판을 받는 윤 전 총장의 ‘말실수’들을 곰곰이 들여다 보십시오. 의외로 뚜렷한 일관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의 말실수는 하나같이 ‘약자 비하’ 발언입니다. 심지어 말실수에 대한 해명도 ‘약자 비하’입니다.

최신순으로 짚어볼까요. “아무래도 우리나라 여자분들이 점도 보러 다니는 분들이 계시지 않겠느냐.” ‘여성 비하’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만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되자 “검사 생활 조금 한 사람은 부정청약 같은 저런 사건이 많다. 청약통장 그거 모르면 거의 치매 환자다.” ‘인지저하증’이라는 순화어를 모르는 것이야 큰 문제겠습니까. 지금이라도 배우면 되죠. ‘장애 비하’가 진짜 문제죠.

“사람이 그렇게 손발로 노동을 해 갖고 되는 건 하나도 없다. 그런 건 이제 인도도 안 하고,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다.” 노동, 인권, 외교, 인문지리 등 전방위에 걸친 ‘모두까기 비하’ 발언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먹을 수 있게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빈곤 비하 발언입니다.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 과로사가 잇따르지만 마음껏 쉴 수 없는 택배기사를 비롯한 수많은 불안정 노동자들의 현실은 안중에 없는 ‘노동 비하’ 발언입니다.

‘짐이 곧 국가’면 ‘고발 사주’는 검찰의 본업

어떻습니까? 참으로 일관되지 않습니까? 일부러 하려고 해도 저토록 가지런하게 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은 의도로 말하려다 보니 설화가 반복되는 건 아닐까요? 적어도 저 많은 비하 발언이 비하를 목적으로 한 발언이 아니라는 건 분명합니다. 저 가운데 상당수는 약자를 위한다고 한 말일 겁니다. 다만, 윤 전 총장에게 약자는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 시혜의 대상일 뿐입니다. ‘애민정신’이죠. 백성을 어여삐 여기는 거 말입니다. 그게 바로 왕의 덕목 아닌가요. 가부장제의 정점이기도 하고요.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윤석열 검찰’에서도 ‘왕’과 ‘가부장’의 짙은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검찰이 ‘고발 사주’나 ‘장모 대응 문건’을 만든 건 우연일까요? ‘짐이 곧 국가’라면, 검찰이라는 국가 공조직이 검찰총장의 개인적 문제에 동원되는 건 차라리 본업에 충실한 것이 됩니다.

가부장제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요. 윤 전 총장이 <집사부일체>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연예인들에게 대뜸 이렇게 말합니다. “석열이 형이라고 불러.” 저는 그 장면이 대단히 상징적으로 보였습니다. 조직의 보스 같다고 해야 할까요. 가부장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아무리 호의를 보여도 조심해야 합니다. 영화 <부당거래>에서 악질 검사가 이런 명대사를 날리죠.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왕 자’ 논란은 해피엔딩일까

지금까지 윤 전 총장 손바닥의 ‘임금 왕 자’가 해프닝에 그치지 않고, 윤 전 총장 스스로 뚜렷한 ‘왕의 서사’를 구축해가는 사정을 짚어봤습니다. 사건 자체로만 보면, 흥행 요소가 강한 데다 윤 전 총장 자신과 캠프의 석연치 않은 해명, 혹은 거짓 해명이 사태를 키운 측면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했다가, 앞서 두차례 TV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임금 왕 자’를 쓰고 나온 사실이 드러난 것도 그렇고, 지우려고 했는데 유성펜이라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정작 글씨는 손바닥에 쓰여 있는데, 손가락만 씻었다고 한 것은 그런 촌극도 다시 없을 겁니다.

[논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윤석열의 ‘개그 같은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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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거듭되는 우연은 우연이 아닙니다. ‘임금 왕 자’에 대한 풍자도 일회성 우연이었으면 나오지 않았거나 일회성에 그쳤을 겁니다. 우연이 잇대어 형성된 흐름 위에서 발생한 겁니다. 이 문제를 가십으로 보다가는 정말로 대하드라마로 나아갈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줄거리의 끝이 해피엔딩일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 예측일 것입니다.

끝으로 한마디만 덧붙입니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다고 명성이 자자한 역술인들, 그들의 예언이 과연 몇 퍼센트나 적중했습니까? 맞힌 것보다 빗나간 게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도 역술인들한테 매달리는 건, 대통령은 하늘이 내리는 자리라고 믿어서입니까? 그렇다면 국민은 신민이고, 주권자는 들러리란 말인가요?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부터 내놔야 할 것입니다.

기획·출연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PD azuri@hani.co.kr
도움 채반석 기자 chaib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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